예산군 ‘황새 고장’서 새끼 2마리 태어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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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 2세대 황새부부 부화에 성공

충남 예산군 대술면 궐곡리의 인공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 황새들을 어미가 돌보고 있다. 예산군 제공
충남 예산군 대술면 궐곡리의 인공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 황새들을 어미가 돌보고 있다. 예산군 제공
80여 년 전까지 황새가 번식했던 충남 예산군 대술면 궐곡리에서 황새 가족이 다시 보금자리를 꾸미고 새끼를 부화하는 데 성공했다.

예산군은 방사 2세대 황새 부부가 궐곡리에 둥지를 틀고 새끼 2마리를 부화했다고 21일 밝혔다. 예산군은 2015년 문화재청 지원을 받아 황새공원을 만들고 황새를 방사하기 시작했다. 황새들은 2016년부터 야생에서 번식을 시작해 지금까지 74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이 가운데 국내 황새 역사에서 의미가 있는 궐곡리에서 새끼가 태어난 것은 처음이다. 1940년대까지 많은 황새가 번식했던 궐곡리에는 ‘천연기념물 황새 번식지’ 기념비가 있다.

이번에 새끼를 낳은 황새 부부는 방사 1세대 부모로부터 태어나 야생에서만 자랐다. 수컷 ‘행운’이는 2년간 러시아와 중국에서 지내다가 번식 연령이 돼 다시 돌아왔다.

황새 부부는 2월 말 4개의 알을 낳아 품었고 이 가운데 새끼 두 마리가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왔다. 번식지 기념비에서 130m 떨어진 인공 둥지탑에 보금자리를 튼 지 1개월 만이다. 예산황새공원 연구팀과 사육팀은 서식과 부화에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줬다.

둥지탑 주변에는 황새 먹이 습지가 7580m² 규모로 조성돼 있다. 인근 화산천, 달천, 대곡천에도 붕어, 미꾸라지, 개구리 등이 풍부하게 서식해 황새가 먹이 사냥을 하기에 적합하다.

황새 번식에는 궐곡리 마을 주민의 각별한 사랑도 큰 역할을 했다. 신양순 이장은 “주민들이 부화에 들어간 황새가 민감해지지 않도록 둥지탑 앞 마을길 대신 우회로를 이용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며 “청정한 우리 고장에서 황새와 사람이 다시 어우러져 사는 뜻깊은 사건이다. 길조인 황새가 다시 찾아와 대술면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수경 예산황새공원 선임연구원은 “새끼 황새들은 평균 65일 동안 둥지에서 자라는 만큼 6월 초쯤 되면 스스로 날아 내려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예산군#황새 고장#황새부부 새끼 부화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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