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여 교도소 다녀왔다” 주차하자 날아온 협박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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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12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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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가 마을 주민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한 협박 쪽지. 보배드림 갈무리
A 씨가 마을 주민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한 협박 쪽지. 보배드림 갈무리
가족과 함께 주말마다 시골 농가를 방문해온 누리꾼이 최근 살인 전과자로부터 주차 협박을 받았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살인 전과자에게 주차 협박받았습니다. 고견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충북 청주시 가덕면의 한 마을에 13년 전 부모님이 잠깐 거주했던 농가주택이 있다. 빈집으로 방치된 지는 4~5년 됐는데, 코로나19로 외출이 힘들어지면서 그 주택을 간단히 손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3개월 정도 전부터 주말에만 그 집을 이용해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주말도 가족들과 그 집에서 함께 하고 있었는데, 잠시 외출할 일이 있어 차로 가보니 이런 메모장이 붙어 있더라”며 사진 한 장을 함께 공개했다. 해당 사진에 따르면, 수첩을 찢어 쓴 쪽지에는 “앞으로 주차 다른 곳에 부탁드린다. 이곳은 30년 넘게 제가 주차를 해왔던 곳인데 어느 날부터… 정중히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A 씨는 “제가 주차한 곳은 마을 회관 옆 공터다. 수년간 여러 사람들이 주차하던 공간”이라며 “처음 이 쪽지를 보고 마을의 일부 모난 사람의 텃세라 생각했다. 2~3대의 차가 충분히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고, 제 뒤에 주차된 차에는 이런 메모가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를 보고도 일부러 무시한 것도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라며 “일요일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로 가보니 또 메모장이 붙어 있었다”고 했다.

두 번째 쪽지에는 “주차하지 말라고 정중히 부탁했는데 주차를 또 하셨네요. 저는 사람 죽이고 교도소 딱 한 번 다녀왔다. 저에 대한 도전은 죽음, 비참함뿐이다. 주차하지 않았음…^^. 교도소 갔다 온 아빠라고 자식새끼도 떠나고.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 다시 한 번 정중하게 부탁. 집 앞에 주차하지 않기를…. 안 그러면 다 죽는 거지”라고 쓰여 있었다.

마을 회관 앞 공터에 세워져 있는 A 씨의 회색 차량. 보배드림 갈무리
마을 회관 앞 공터에 세워져 있는 A 씨의 회색 차량. 보배드림 갈무리
A 씨는 “다행히 가족들은 아내 차로 먼저 출발해서 이 메모를 보지 못했다. 연락처라도 남겨뒀으면 대화라도 해볼 텐데 달랑 쪽지뿐이었다”며 “마침 동네에 알고 지내던 어르신이 지나가기에 여쭤보았는데, 마을회관 건너편 집에 노모와 아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들이 얼마 전 교도소를 다녀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어르신께) 이 메모장을 보여주니 그냥 다른 곳에 주차하라고만 하시더라. 그 사람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시는 듯했다”며 “집이 어디인지 알았으니 대화라도 해볼 생각으로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앞으로 그곳에 주차하지 않을 거지만 그 사람의 옳지 못한 행동은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나. 죽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협박하는 행위는 잘못”이라면서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이 사실을 말하니 ‘아이들과 있을 때 집으로 찾아와 난동을 부리면 어쩌냐’고 하더라. 공포에 질린 아내의 얼굴을 보니 더욱 화가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신고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런 메모장만으로 처벌이 가능할까 싶어 참고 있다. 막상 제게 이런 일이 생기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견 부탁드린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 글을 본 몇몇 누리꾼들은 “메모장 만으로도 협박으로 처벌 가능하다” “고소해서 참교육시켜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한쪽에서는 “원래 저런 곳은 암묵적인 주차구역이 있다” “자리도 많다면서 그냥 다른 데 주차하라. 굳이 맞설 필요 없다” “가족 생각해서 참아라”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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