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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판사들도 집단행동…김명수 편파인사 공식 문제제기

입력 2022-04-11 03:00업데이트 2022-04-1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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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법원장 임기연장-서울 발령 등
관례 깬 인사 해명을” 대법에 공문
오늘 정기회의… 金대법원장도 참석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상옥 전 대법관 청조근정훈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 2022.4.4. 청와대사진기자단
전국 판사 대표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김명수 대법원장(사진)의 법관 인사를 ‘코드 인사’라고 비판하며 해명을 요청하는 공문을 대법원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의체가 김 대법원장을 겨냥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김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일부 판사들이 ‘법원장 2년’이라는 인사 기준과 관행을 어기고 3년씩 법원장을 지내는가 하면 인사 관례를 깨고 지방 지원장 등에 근무 후 서울중앙지법으로 발령되는 일이 반복됐다. 이에 대한 해명을 요청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이달 초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발송했다. 또 법원장 추천제 전면 도입을 공언했던 김 대법원장이 올 초 정효채 인천지방법원장을 추천제 없이 임명한 것에 대한 해명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계기로 상설화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매년 전국 법원 판사들이 투표로 선출한 법관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법관대표들이 일선 판사를 상대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법원장에 3년씩 임명되거나 서울중앙지법에 배치되는 것이 기존 인사 기준과 관행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은 이 연구회의 초대 회장이다. 한 법관대표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판사들 사이에서 2017년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특정 연구회 출신 판사를 중용하는 등의 반복된 ‘코드 인사’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1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올 상반기(1∼6월) 정기회의를 연다. 법관대표 123명 중 117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해 코드 인사 등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낼 것으로 예상돼 사태의 추이에 따라 ‘사법 파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문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입장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회의에 참석하지만 관례에 따라 인사말만 하고 퇴장한다.

김명수, 인권법연구회 출신 등 코드인사 논란… 판사들 “해명하라”

[불만 터져나오는 법원-검찰]오늘 전국법관회의, 공식 문제제기



“법원이 더 이상 ‘정치화’되면 안 된다는 점에 일선 판사들의 의견이 모인 것이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해명을 요구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7년 김 대법원장 취임 후 이어진 ‘법원의 정치화’에 대한 판사들의 비판 의식이 누적된 결과가 집단행동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 “일부 법원장 이례적 3년 재임 해명하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초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공문을 보내 △일부 법원장의 이례적인 3년 재임 △특정 연구회 출신의 서울중앙지법 발령 등을 거론하며 ‘코드 인사’ 논란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공문에서 김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일부 판사들이 ‘법원장 2년 재임’이라는 인사 기준과 관행을 깨고 3년간 법원장을 지내게 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들은 특히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있으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장에 특정 부장판사들을 유임시킨 것을 대표적인 ‘코드 인사의 폐해’로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 전 법원장은 김 대법원장과 같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추가조사위원장을 지내는 등 김 대법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판사들은 김문석 전 사법연수원장(2019년 2월∼올해 2월)과 박종택 전 수원가정법원장(2019년 3월∼올해 2월) 사례도 함께 지적했다고 한다. 김 전 연수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신광렬 조의연 부장판사 대상 징계위원회에 참가해 논란이 됐고, 박 전 법원장은 김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맡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 지원장 지내고 서울중앙지법 직행도 논란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방법원 지원장 등을 맡은 인사를 곧바로 서울중앙지법에 배치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이성복 부장판사와 박 전 법원장이 각각 부산지법 동부지원장과 수원가정법원장을 맡은 뒤 곧바로 서울중앙지법으로 전보된 것이 ‘인사 특혜’라는 것이다. 통상 지원장을 맡은 후 수도권으로 오더라도 바로 서울중앙지법에 배치되진 않는다.

법원 일각에선 이 부장판사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멤버인 데다 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에 참가했기 때문에 서울중앙지법에 배치된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한 부장판사는 “내년에 서울중앙지법도 법원장 추천제를 시행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때 이 부장판사를 (법원장에) 임명하기 위해 미리 서울중앙지법에 보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영수 전 인천지법원장이 올 초 사직하고 후임을 임명할 때 법원장 추천제를 시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당시 김 대법원장은 정효채 인천지법원장을 곧바로 임명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추천제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추천제를 시행했으면 됐을 것”이라고 했다.


○ 5년간 이어진 ‘코드 인사’…판사 불만 폭발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 항의 사태가 김 대법원장 취임(2017년 9월) 직후부터 이어진 ‘코드 인사’에 대한 불만이 정권교체기를 맞아 폭발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 대법원장은 임기 내내 자신이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우리법연구회 출신 인사를 중용하는 편향 인사를 지속해 왔다는 내부 비판을 받았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인사총괄심의관에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멤버인 김영훈 판사를 임명했고, 2018년 1월에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 기획조정실, 공보관실 등에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를 임명했다. 현재 기획총괄심의관, 인사총괄심의관, 사법지원총괄심의관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2월 정기인사에서 조국 전 장관 재판을 맡은 김미리 부장판사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맡은 윤종섭 부장판사를 각각 4년째, 6년째 같은 법원에 잔류시켜 내부 비판을 받았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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