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 AI는 답할 수 없는, 경험으로 깨달아야 하는 것들[강용수의 철학이 필요할 때]

  • 동아일보

AI-로봇이 의사도 대체하는 현실… 인문학적 성찰의 미래 암울할까
인간 감정은 수만 년 진화 속 형성… 데이터로 완전한 학습은 불가능
‘나는 누구인가’ 인간 고유의 과제… 로봇과 교감 위해서도 철학 중요

위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ALLEX)’와 한 아이가 손가락을 맞대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위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ALLEX)’와 한 아이가 손가락을 맞대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AI 시대, 철학은 사라질까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던진 ‘의대 종말론’은 의사를 최고의 직업으로 선호하는 한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머스크는 3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이 외과 의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의대 진학은 의미 없다”고 주장했다. 훌륭한 의사가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끊임없이 바뀌는 의학 지식을 인간이 모두 따라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물론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은 있다. 하지만 정확성과 효율성만 놓고 본다면 인간보다 로봇의 수술 실력을 더 신뢰하는 날이 올 가능성도 있다. 의학 분야도 인공지능(AI)이 잠식하는 시대에 고사 직전이라는 인문학의 미래는 어떠할까. 더욱 암담해질까.

AI가 주도할 미래에도 살아남을 직종으로 배관공이나 전기공 같은 육체노동이 자주 거론된다. 이에 더해 정신건강이나 심리 상담 역시 대체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기도 한다. AI가 인간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반응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SF(공상과학) 영화 ‘A.I.’(2001년)는 인간과 AI 로봇 사이의 이해와 공감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69년 발표된 브라이언 올디스의 단편소설 ‘Super Toys Last All Summer Long’을 원작으로 한다. 미래에 지구가 물에 잠긴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감정을 지닌 소년 로봇 데이비드가 잃어버린 엄마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인간과 인공지능(AI) 로봇은 서로 교감할 수 있을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의 한 장면. 불치병에 걸려 냉동인간이 된 아들을 둔 부부가 소년 로봇 ‘데이비드’를 입양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출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간과 인공지능(AI) 로봇은 서로 교감할 수 있을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의 한 장면. 불치병에 걸려 냉동인간이 된 아들을 둔 부부가 소년 로봇 ‘데이비드’를 입양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출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아픈 아들을 대신해 한 가정에 입양된 데이비드는 학습을 통해 인간의 삶을 배워 나간다. 하지만 끝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첫 번째는 음식을 먹는 행위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매일 식사를 통해 영양 섭취를 해야 한다. 하지만 배터리로 작동하는 로봇에게 이는 생소하기 마련이다. 로봇에게 배고픔과 포만감은 경험될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인간의 죽음과 관련된 공포다. 그리고 마지막은 사랑의 감정이다.

한 번 태어나 100년을 채우지 못하는 인간에게 죽음은 늘 삶의 곁을 따라다니는 어두운 그림자다. 반면 로봇은 망가져도 고치기만 하면 존재를 이어 갈 수 있다. 인간은 구석기 시대 이후 오랜 진화를 거치며 생존에 필요한 지능과 욕망, 본능을 환경과의 피드백을 통해 형성해 왔다. 이 과정이 워낙 복잡한 탓에 인간의 감정을 명확하게 밝혀내기는 어렵다. 만약 인간의 감정을 완벽히 분석해 데이터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을 로봇에 탑재해 인간과 똑같은 존재를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로봇이 인간처럼 수만 년의 진화 환경을 학습한다면 자연스러운 인지 능력과 감정을 스스로 갖추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며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AI가 철학을 대신하는 날은 올까. AI가 인간을 대신해 생각하는 미래는 과연 행복할까. 영화 ‘A.I.’의 주인공 데이비드는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그는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한낱 로봇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크게 실망한다. 그럼에도 인간의 감정을 지닌 데이비드는 엄마의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인간으로 바꿔 줄 ‘푸른 요정’을 찾아 끊임없이 방황한다.

이 이야기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AI 로봇과 인간 사이의 진정한 소통과 공감은 어려운 과제다. 가능하다고 해도 AI가 인간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AI 시대에 사고력과 소통 능력을 중시하는 철학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철학의 오래된 과제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너 자신을 알라’는 명제로 요약된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AI에게 맡길 수 없는, 인간 스스로가 대답해야 할 과제다. AI가 아직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로봇 사이에 공감이 가능해지려면 데이터의 축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머스크의 예언대로라면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은 AI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고, 고된 노동에서 해방된 인류에게는 기본소득이 제공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생각하는 일 역시 고된 노동인 만큼 철학도 AI가 대신할 수 있을까. 아무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세상은 과연 어떤 곳일까. 나태한 자들의 천국일지도 모른다.

영화 ‘A.I.’의 주제인 사랑이 무엇인지는 우리 스스로 경험하며 깨닫는 것이지, AI에게 물어 답을 얻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AI는 죽음과 불안, 행복 같은 인간의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인간 본성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은 앞으로도 계속 이뤄져야만 한다. 이는 인간의 소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과 로봇이 서로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기 위해서도 인문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해와 공감, 인식의 출발점은 결국 인간 자신 안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존재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 우리는 데이비드가 원했던 엄마의 진짜 사랑을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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