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온갖 비밀 아는 AI에 상업광고가? [횡설수설/김창덕]

  • 동아일보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광고로 혼탁해진 인터넷 검색 결과를 믿지 못했다. 연관성에만 집중한 검색엔진을 만들었고, 1998년 구글을 창업했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란 철학을 채택한 배경이다. 그러나 2004년 실적 압박이 커지자 광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결과와 광고의 엄격한 분리”라는 해명에도 사회적 비판이 거셌다. 구글은 2015년 ‘옳은 일을 하자(Do the right thing)’로 모토를 바꿨다.

▷오픈AI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광고를 붙인다고 한다. ‘플러스 요금제’(월 20달러)는 아니지만 새로 만든 ‘고(Go) 요금제’(월 8달러)를 쓰면 광고를 노출하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 약 8억 명의 챗GPT 사용자 중 유료 가입자는 350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진입장벽을 낮춰 유료 가입자를 늘리는 한편 광고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삼으려는 계획이다. 넷플릭스 같은 구독료 기반 기업들이 신규 수익원을 찾을 때 단골로 써왔던 방식이다.

▷사용자들로선 반가울 리 없다. AI의 답변은 일반 키워드 검색 결과와는 달리 철저히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결과물에 훨씬 더 깊이 빠져들고 쉽게 신뢰하게 된다. 문제는 특정 광고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답변이 일부라도 오염될 가능성이다. AI가 추천한 광고를 클릭하면 이는 추가적인 데이터가 돼 다음 답변을 특정 방향으로 왜곡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미 유튜브에서도 알고리즘 추천에 매몰돼 한쪽 면만 보고, 결국 ‘확증편향’에 빠진 이들이 많다.

▷광고 추천은 나와 AI 사이의 대화에 제3자가 끼어든다는 의미다. 유료 구독자인 경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내밀한 감정까지 AI와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 고민이나 취향까지도 AI가 속속들이 파악하고, 영구 기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픈AI의 광고 전략은 그런 대화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고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광고의 알고리즘 미개입, 개인 데이터 보호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검증할 방법은 없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광고 비즈니스 모델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다. 위험한 돈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비영리 법인이던 오픈AI의 영리화를 추진하다가 측근들로부터 쫓겨났다 복귀한 적도 있는 올트먼은 작년 10월 ‘영리 추구’의 걸림돌을 없앴다. 오픈AI 공동 창업자였던 일론 머스크도 올트먼이 비영리 법인 약속을 어겼다며 소송을 건 상태다. 오픈AI는 착한 기업을 표방했다가 돈을 벌어 몸집을 키운 구글의 전철을 똑같이 밟고 있다. 지나치게 자본화된 AI는 검색과는 차원이 다른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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