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검수완박, 형사사법 근간 흔든다” 민주당에 반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8일 1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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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K-디아스포라범세계 추진연대 포럼에서 양향자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K-디아스포라범세계 추진연대 포럼에서 양향자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7일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사보임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사전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예세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은 7일 전국 지검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현실적으로 국회 논의 경과에 따라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 통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법안 통과 시 기존 형사사법체계와 국가범죄대응역량에 근본적인 변화가 초래되므로 대검은 계속해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민주당이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완전히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민주당은 12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 수사권 박탈 관련 법안들을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에 강행처리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로비 유리벽에 비친 태극기와 검찰기.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로비 유리벽에 비친 태극기와 검찰기.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부장검사)도 8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권 부장검사는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검찰이 외부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국민들께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면서도 국회 법사위 사보임 소식을 언급했다. 권 부장검사는 “이번 사보임으로 민주당 + 무소속 4, 국민의힘 2로 위원 3분의 2 찬성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며 “그 결과는 소위심사 종료이고, 전체회의, 본회의 일정이 한 달 내에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이) 사보임은 검수완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도 “그러나 이미 지난해 공수처법, 언론중재법 등에서 비슷한 형태의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됐던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장검사는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을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법안과 심의절차가 과연 우리 헌법과 국회법이 용인하는 것인지, 우리 가족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상식과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인지 묻습니다”라고 비판했다.

권 부장검사의 글에는 이날 오전에만 10개가 넘는 검사들의 댓글이 달렸다. 서현욱 부산지검 서부지청 부장검사는 “그냥 검찰폐지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우리 편은 수사하지 말라’는 것을 법안에 넣는 게 더 솔직해 보인다”면서 “LH 사태 때 검찰을 어떻게든 수사에 참여시키려 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인데 무슨 의도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검수완박은 범죄자를 처벌함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하고자 하는 현재의 형사사법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이런 시도는 특정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권을 사유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우 대검찰청 형사2과장(부장검사)는 “검사의 수사는 경찰이 무고한 사람을 과잉수사하거나 마땅히 처벌해야 하는 사람에 대해 부실수사한 경우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누구를 위한 법 개정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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