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탄다” 1억 받고도 굿 안보여준 무속인, 사기 혐의 실형 확정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7일 12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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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의 불안한 상태를 이용해 굿을 해주겠다며 약 1억원을 받은 뒤, 실제 굿을 보여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무속인이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36)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2019년 B씨 등 2명으로부터 1억1800만여원을 뜯어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인천에서 점집을 운영하던 무속인이었는데 B씨는 지인을 통해 그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A씨가 자신의 힘든 사정을 잘 맞추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 연인인 C씨와 함께 상담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 과정에서 A씨는 이들에게 ‘신기를 누르기 위해 누름굿이 필요하다’, ‘귀신을 퇴마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하며 돈을 요구해 받은 혐의가 있다.

이 밖에 A씨는 노래방에서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C씨를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A씨가 여러 문제를 겪고 있던 B씨 등의 불안한 상태를 이용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봤다.

무속인이 굿을 해 돈을 낸 사람의 실제 결과가 달성되지 않아도 사기죄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굿의 목적이 어떤 결과의 달성보다는 그 과정에 참여해 마음의 위안을 얻는 데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무속인이 불행을 멀리하기 위한 굿을 해주겠다며 돈을 받았다면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무속인이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부풀렸는지, 어떠한 약속을 했는지, 피해자가 굿을 의뢰하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 돈이 실제 굿에 사용됐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A씨의 경우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아이 양육 문제를 겪고 있는 B씨 등의 상황을 이용, 굿을 하지 않으면 더 나쁜 일이 생길 것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B씨 등은 부정이 탈 수 있다는 이유로 A씨의 굿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법원은 A씨가 받은 돈의 액수가 상당한 만큼 이를 모두 굿을 위한 비용으로 썼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1심은 “B씨 등은 자발적으로 무속행위의 대가를 준 것이라기보단, A씨가 지속적으로 불운이 닥칠 것이라거나 그들의 어려움을 자신만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함으로써 이에 기망당한 B씨 등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은 것”이라고 했다.

폭행 혐의에 관해서도 “노래방에서 A씨의 폭행이 있었던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며 A씨에게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A씨가 B씨 등으로부터 1600만여원을 뜯어낸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A씨는 C씨에게 ‘B씨를 사랑하면 일을 해라. 얼마까지 가능하냐’는 등으로 물었고, C씨는 ‘B씨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C씨도 아이가 생기자 B씨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의 권유대로 임신중절수술을 하고 한풀이 굿 등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1심은 “B씨 등은 스스로 마음의 안정 및 위안을 위해 지급한 돈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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