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O 치킨 X…식세기 장만해야 하나”…일회용품 규제 ‘대혼란’

  • 뉴스1
  • 입력 2022년 4월 6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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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중구 한 편의점에서 시민들이 간편식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2020.9.17/뉴스1
17일 서울 중구 한 편의점에서 시민들이 간편식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2020.9.17/뉴스1
“컵라면 먹을 땐 일회용 젓가락을 줘도 되고, 치킨은 안 되면 함께 먹을 땐 어떡하라는 건가요?”(40대 편의점주)

“먹거리 매출이 크다보니 사업 계속하려면 식세기(식기세척기)라도 들여놔야겠네요”(40대 PC방 점주)

코로나19로 유예됐던 일회용품 사용이 이달부터 다시 강화되면서 편의점과 PC방 등에서도 혼란이 일고 있다. 편의점과 PC방도 식품접객업(휴게음식업) 영업 허가를 받았을 경우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고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우왕좌왕하는 업주들이 많고, 향후 인건비 증가 등 영업에 타격을 우려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6일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컵라면과 도시락같이 식품접객업(휴게음식업) 영업 허가 없이도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은 매장 내에서 취식하더라도 나무젓가락 등 일회용품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휴게음식업 허가를 받아야 팔 수 있는 치킨, 조각 피자, 핫도그 등 조리돼 제공되는 제품의 경우에는 매장 내 취식 시에 일회용품 제공이 금지된다.

이날 서울 시내 편의점을 둘러본 결과 편의점 업주 및 직원들은 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외려 취재진에게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편의점의 경우 휴게음식점 허가를 받고 영업하는 경우가 60% 내외다.

동작구 편의점 직원 이모씨(21)는 “안내받은 게 전혀 없었다”며 “꼭 지켜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양천구 40대 편의점주 역시 “카페만 해당하는 얘기 아니냐”며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편의점 관계자들은 가이드라인을 혼란스러워하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영등포구 편의점주 김모씨(46)는 “컵라면 먹을 땐 일회용젓가락 사용이 되는데 치킨은 안 된다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그럼 같이 먹을 경우엔 줘도 되는 것이냐 안 되는 것이냐”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이드라인이 추후 과태료 부과로 강화될 경우 매출 타격이나 고객과의 언쟁 등을 우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종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36)는 “비닐봉지를 유료로 제공할 때도 고객 때문에 마음 상하는 일이 많았는데 앞으로 또 그래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영등포구 편의점주 김모씨는 “(젓가락을 제공하지 않으면)고객들이 불편해할 것이고 그럼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며 “우리도 치킨을 계속 팔 필요가 없다. 결국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편의점 본사에서도 이런 혼란을 고려해 점주들에게 안내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주에 업주들에게 가이드라인에 대해 안내했는데 추가로 궁금해 하는 것들이 많아서 다시 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PC방에서 라면 세트를 주문한 모습. © 뉴스1
서울 종로구의 한 PC방에서 라면 세트를 주문한 모습. © 뉴스1
PC방의 경우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PC방의 경우 이용료보다는 먹거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곳이 대다수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그동안 음식 섭취가 금지되면서 타격이 컸던 만큼 앞으로 위드코로나(일상회복)로 이런 제한이 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컸었다.

서초구에 위치한 PC방 업주 이성용씨(41)는 “거리 두기 등 영업 제한 때문에 죽을 맛이었는데 일회용품 제재까지 한다니 한숨만 나온다”며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구 PC방 업주 최모씨(39) 역시 “구청에서 공문이 올 때까지는 지금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며 “PC방 입장에선 설거지를 해야 하다 보니 인건비를 추가로 지출하라는 말이랑 똑같다”고 하소연했다.

강남구 PC방 업주 최태호씨(48)는 “우리는 먹거리 매출이 적은 편이 아니라 사업을 계속 하려면 지킬 건 지켜야 한다”며 “식기세척기를 들여놔야 하나 생각하고 알아보는 중”이라고 푸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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