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아직은 ‘글쎄’…“독감처럼 관리 가능해야 엔데믹”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5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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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 첫 ‘코로나19 엔데믹(endemic·풍토병) 국가’가 될 수 있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독감 같은 풍토병처럼 관리할 수 있는 의료 체계, 변이 바이러스 대응, 국민의 면역력 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 1일 “우리나라가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2주 후 코로나19 유행 감소세가 유지되고 의료 체계가 안정적이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방역 규제를 풀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축포를 너무 성급하게 터뜨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 코로나19를 독감같은 풍토병처럼 관리할 수 있는 의료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유행이 종식되지 않고 풍토병으로 남는다 할지라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의료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특히 조기 처방하면 중증화를 방지해 사망자 수를 줄이는데 효과적인 먹는 치료제를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팍스로비드’(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그렇지 않아 점차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경우 타미플루처럼 독감에 걸리면 의사로부터 처방 받아 모든 약국에서 쉽게 사서 복용받을 수 있는 치료제가 아직 없다. 그나마 있는 팍스로비드를 처방받는다고 해도 비용이 5일치 30알에 총 530달러(약 60만원)에 달해 부담도 큰 편이다.

사망자 수 관리도 엔데믹으로 가기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로 꼽힌다. 백 교수는 “사망자 수가 많은데 엔데믹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코로나19로 8172명이 숨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간 코로나19 사망자가 독감 사망자 수 정도인 3000명 정도가 되면 의료 체계가 감당할 만하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독감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한 해 3000~5000명 수준인데, 코로나19와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백신 접종과 일반적인 감염관리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잇따라 출현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도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관리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엔데믹으로 가려면 새 변이로 인한 유행이 나타나지 않아야 하는데,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오미크론 세부계통 BA.2보다 전파력이 10% 정도 강한 재조합 변이 ‘XE’가 영국, 대만 등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할수록 전파력이 세진다. 세진 전파력으로 인해 감염자 수가 많아지면 2~3주 가량 시차를 두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늘어 의료 대응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이 백신을 맞은 뒤 항체가 얼마나 잘 형성되느냐도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 조건 중 하나다. 집단면역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집단면역에 가까워지면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관리할 수 있는 여지가 좀 더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집단면역이란 집단의 다수가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져 바이러스 전파가 낮아지면서 면역성이 없는 소수도 보호받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백 교수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지만 앞으로 집단면역이 달성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면서 “기초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수치)는 집단면역의 변수로 작용하는데, 변이의 종류와 방역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집단면역에 가까워지면 유행의 규모가 줄 수밖에 없어 (코로나19가) 관리 가능한 엔데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5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426만7401명으로, 전 국민의 약 28%를 차지한다. 무증상자와 미검사자 등 숨은 감염자까지 고려하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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