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처벌 보고 안 한 부사관 4년 뒤 징계…대법 “시효 잘못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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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3일 0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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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고도 보고하지 않은 부사관에 대해 부대에서 형사처분이 확정된 4년 뒤에 징계를 내린 것은 징계시효를 잘못 계산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육군 부사관 A씨가 소속부대 사단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6월 음주운전을 하다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당시 A씨는 군인신분을 밝히지 않아 민간법원에서 약식명령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 확정됐다.

이후 A씨가 근무하던 B사단은 2019년 감사원으로부터 통보를 받고 A씨가 형사처분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B사단장은 2019년 12월 A씨에 대해 육군규정 보고조항과 육군지시 신고조항을 모두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육군규정에 따르면 부사관은 민간 검찰 및 법원에서 형사처분을 받은 경우 징계권을 가진 직속지휘관에게 즉시 보고해야 한다.

또 육군참모총장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부사관 진급지시를 발령하는데, 이 지시사항에는 ‘진급선발 대상자 중 현재까지 보고하지 않은 민간기관 처분사실이 있는 자는 자진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 같은 육군규정 및 참모총장 지시에 따른 신고조항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분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징계를 내렸다는 것이 B사단 측의 논리다.

A씨는 이 사건 처분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고, 징계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이미 징계시효가 지났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우선 이 사건 규정이 형사처분을 받은 사실 자체에 대한 보고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형사처분의 내용이 된 범죄사실 진위를 밝히도록 요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상 보장되는 진술거부권의 보호범위에 벗어나있다고 판단했다.

징계시효 완료부분에 대해서도 육군규정에 대한 시효는 3년이지만, 육군참모총장이 매년 발령한 부사관 진급지시에 자진신고 조항이 있으므로 A씨에게는 보고할 의무가 새로 발생해 징계시효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봤다.

2심 법원도 1심의 판단을 유지하고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보고가 이뤄지거나 인사권자가 형사처분 사실을 인지하기 전까지는 규정에 따른 보고의무가 계속 존재한다”며 “이에 따라 규정위반 행위도 계속돼 징계사유가 계속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과 원심 징계시효를 언제부터 계산할지를 두고 판단이 갈렸다.

징계권자가 형사처분 사실을 알지 못할 경우 보고 의무에 따라 징계사유가 매년 발생한다고 본 원심과 달리, 대법원은 형사처분 사실을 즉시 보고하지 않으면 곧바로 징계사유가 발생한다고 봤다.

요컨대, 형사처분이 확정된 직후 징계권자에게 보고하지 않는다면 그 시점부터 바로 징계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육군규정 보고조항 위반의 징계시효가 A씨가 징계권자에게 약식명령 확정 사실을 보고한 때부터 기산될 수 있다고 보고 징계시효 경과 주장을 배척했다”며 “이러한 판단에는 징계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징계시효 제도를 둔 취지는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가 있더라도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거나 못한 경우 그 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되면 적법·타당성을 묻지 않고 그 상태를 존중함으로써 군인 직무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데 있다”며 “징계시효는 원칙적으로 발생한 때부터 기산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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