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진화대원들께 식사·커피 무료”…울진 상점들 응원의 손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3일 15시 52분


“고생하시는 산불진화대원 분들께 응원의 마음을 전하려 ‘무료 커피’를 내걸었는데, 오히려 제가 더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경북 울진군 일대의 산불 진화가 9일째 진행 중이던 12일 지역 가게 점주들이 진화대원들에게 식사, 커피 등을 대가 없이 제공하는 등 응원의 손길을 보냈다. 커피와 음료, 빵 등을 무료 제공하고 있는 ‘카페말리’ 점주 김영광 씨(39)는 “외지에서 오신 진화대원들이 많은데 울진을 걱정해주시니 참으로 감사했다”며 “더 많은 대원들께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울진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 씨는 4일 산불 소식을 듣자마자 소화기와 갈퀴를 챙겨 차를 몰고 이틀간 울진 곳곳을 돌며 잔불을 정리하러 다녔다고 했다. 이후 산불진압지휘본부 근처에 있는 자신의 가게에 “산불진압 작업자분들께 커피와 음료 무료 제공해드려요. 소방대원들 힘내세요!”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화재 진화대원에 무료커피’ 제공한 상점에 해병대원들이 전달한 선물
‘화재 진화대원에 무료커피’ 제공한 상점에 해병대원들이 전달한 선물

12일 오후에는 산림청 공중진화대원들과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 투입 직전 가게를 찾아왔다. 대원들은 “오늘은 밧줄을 타고 화세가 센 응봉산에 진입해 불을 끌 예정인데 커피 마시고 힘을 내겠다. 걱정 말라”고 했다. 김 씨는 “걱정 말라는 말이 믿음이 갔다”면서 “응원하는 마음이 잘 닿았으면 좋겠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화재 진화대원에 무료커피 제공한 카페에 해병대원들이 전달한 선물
화재 진화대원에 무료커피 제공한 카페에 해병대원들이 전달한 선물

진화대원들이 “마음만 감사하게 받겠다”면서 오히려 작은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진화 작업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이 잠시 가게에 들렀다가 다음날 다시 찾아와 “응원에 감사 드린다”며 김 씨의 네 살 아이에게 스케치북과 색연필, 모자를 선물했다고 했다. 한 해병대 대위는 카페를 찾아 “원래 울진이 아름다워 자주 왔는데, 산불로 산이 많이 훼손돼 마음이 아프다”며 “불이 정리되면 더 자주 놀러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일부 진화대원들은 끝까지 ‘계산을 하겠다’고 고집했다고 김 씨는 전했다.


울진군의 중식당 ‘청목신신짬뽕’도 12일 “소방관, 산불진압팀 식사 무료”라는 안내문을 가게 앞에 써 붙이고 영업 중이었다. 식당 안에는 소방대원과 산림청 특수진화대원 여러 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은 진화대원들이 우선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식당은 앞서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산불 작업하시는 분들과 이재민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보내드린다”고 적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전국 각지에서 기부금을 전해 오자 ‘청목신신짬뽕 외(外) 손님들’이라는 이름으로 울진군 공식 기부처에 500만 원을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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