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펜션· 해안도로 가득한 피난차량…동해시 전쟁터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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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5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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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강원 강릉 옥계에서 시작한 화마(火魔)는 이웃 바다마을인 동해지역까지 번져 휩쓸고 있다.

이날 오후 2시쯤 동해시 묵호동 일대. 동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등대와 논골담길로 연인 단위 관광객에게 이름난 이곳은 이날은 잔잔한 바다마을이 아닌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연기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가렸고, 온 동네를 뒤덮은 재 때문에 눈이 매워 제대로 뜨고 다닐 수 없었다.

오징어 덕장을 지나자 눈앞에 펜션 한채가 불에 활활 타고 있었다. 그러나 인근 강릉, 삼척·울진 등에 소방력이 분산돼 있는 탓에 건물이 모두 불에 타들어 가는 것을 넋놓고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보다 못한 주민들이 소화기와 삽, 양동이 등을 들고 화마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물조리개를 들고 나온 어르신도 눈에 띄었다.

주민 김모씨(70대)는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불이 번지는 것은 생전 처음 본다”며 “이러다 마을을 집어삼키고 아래 항구로 번질까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마을 아래에는 동해안 최대 어항 중 하나인 묵호항과 어판장, 활어회센터 등 동해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시설이 밀집해 있다.

여느 때 주말이었다면 이 일대는 풍성한 해산물을 값싸게 즐기려는 타지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뤘어야 하지만 이날은 손님 한 명 찾아볼 수 없었다.

상인들 역시 손님을 맞으러 나왔다기보다는 가게에 피해는 없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른 상인은 진화현장에 올라가 손을 보태기도 했고 혹여 진화차량 진입과 교통흐름에 문제가 생길세라 불법주정차 차량에 전화를 해 이동주차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 일대를 뻐져나오니 대피를 하려는 인근 발한동, 부곡동 일대 주민 차량과 뒤섞여 도심 도로는 주차장이 됐다.

이날 산불이 동해에 주둔 중인 해군1함대 사령부 내 탄약고 쪽을 향해 폭발 우려가 있기도 했지만 부대 내 병력을 투입해 불길을 저지했다.

도심인 천곡동에 나와서야 비로소 진정된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잿빛 하늘은 똑같았다.

김경준씨(36)는 “동해에 30년 이상 살면서 이런 재난은 2002년 태풍 루사 이후 처음 보는 것 같다”며 “동해는 면적이 좁은데다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라 피해가 클텐데 이쪽에도 소방력을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불은 이날 오전 1시 10분쯤 강릉 옥계면 남양리에서 발생했다. 방화로 추정되는 주택화재가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었고 같은 날 오전 5시가 넘어 동해 망상동, 만우동 일대로 확산됐다.

이 불로 강릉 옥계지역과 동해지역 산림 580㏊가 훼손됐다.

민가 피해도 이어져 강릉에서는 주택 4채가, 동해는 펜션 등 묵호·망상지역에서 30채에 육박하는 주택이 불에 탔다.

소방당국은 진화헬기 9대 등 장비 79대, 진화인력 220여명을 투입해 불길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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