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먹통’ 재택치료 상담센터 해법없나…“동네 병·의원 적극 활용해야”

  • 뉴스1
  • 입력 2022년 2월 23일 10시 47분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마련된 ‘코로나19 재택치료 건강모니터링센터’에서 직원들이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마련된 ‘코로나19 재택치료 건강모니터링센터’에서 직원들이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코로나19 확진 후 몸이 아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보건소에서 받은 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안 받더라. 나중에 어렵사리 통화는 됐는데 재택치료 과정에서 준비해야 하는 것을 문의하니 보건소에 물어보라고 하더라. 재택치료가 방치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확진자 A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재택치료자들이 재택치료 상담센터나 보건당국과 연결이 쉽지 않아 제때 적절한 정보를 받기 힘들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나온다. 의료기관과의 전화 연결이 원활하지 않고 동네 병·의원은 방역 당국으로부터 받은 지침이 제대로 숙지가 되지 않아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택치료자가 52만명을 돌파한 만큼 동네 병·의원을 첨병으로 적극적으로 활용, 확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제언한다. 나아가 비대면이 아닌 대면진료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확진자·재택치료자 ‘폭발’, 동네 병·의원 역할 확대해야

2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전날(49만322명)보다 3만972명 늘어난 52만129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5일(24만5940명)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하는 등 최근 1주일간 재택치료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17만1452명 발생하면서 재택치료자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재택치료자가 폭증하고 있는 여건을 감안하면 비대면으로 진료해 주는 동네 병·의원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염호기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재택치료자가 인근에 있는 병·의원에서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방역 당국이 지침을 내려줘야 한다”며 “정상적인 의료체계를 이용해 진료가 다 이뤄지도록 (담당) 병·의원을 몇만개로 확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소수의 기관에서 검사와 재택치료를 다 떠맡아서 (재택치료) 체계에 마비가 오는 것”이라며 “자신이 진료를 받은 의사에게 직접 재택진료를 받고 상담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택치료가 아닌 대면 진료로 재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치료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렵고 한계도 있다”며 “예전처럼 대면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시군구에 의정협의체를 빨리 꾸려 당직 체계라도 만들어서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콜센터 통화 사실상 ‘불가능’…인프라 대폭 확대해야

코로나 확진자들 사이에선 재택치료 상담센터 콜센터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코로나19 재택치료 관리 체계 개편이 이뤄진 지 14일째가 되면서 전화 상담으로 환자에게 상담해주는 의료기관은 늘었다. 하지만 먹통·불통 사태가 여전해 정보 부재에 따른 불안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일부터 이뤄진 재택치료 체계 개편으로 60세 이상, 먹는 치료제 대상자인 집중관리군은 재택치료관리 의료기관에서 건강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일반관리군은 필요시 동네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로 전화 처방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유선상으로 재택치료 환자에게 상담을 해주는 곳은 늘고 있다. 집중관리군을 대상으로 한 의료기관은 전날 기준 738개소, 일반관리군을 상대하는 의료기관은 앞으로 운영을 개시할 곳까지 포함하면 전국 6386개소에 달한다. 이외에도 24시간 운영하는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 역시 전국에서 194개소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와의 연결이 쉽지 않다. 실제 전날 오후 서울에서 운영 중인 5곳의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 중 다수는 전화 연결이 쉽지 않았다. 일부 의료상담센터는 수신용 회선이 1개뿐이었고 전날에야 회선을 3개로 늘렸다.

코로나19 상담 등을 해주는 질병관리청 1339 콜센터 역시 먹통 사태가 빈번하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실이 질병청에서 입수한 ‘1339 콜센터 월별 운영현황’에 따르면 올해 2월 1일부터 15일까지 콜센터에는 80만5394건의 전화가 걸려왔지만 21만5644건의 응답만 이뤄졌다. 지난달 응대율은 40.5%였지만 이달 들어 26.8%로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진 후 재택치료 일지를 공개했던 류근혁 보건복지부 제2차관 역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자신 역시 의료기관에 전화 연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확진자 폭증으로 전화 연결이 잘 안 될 가능성이 있어 크게 당황하지 않았지만 재택치료를 처음 받는 대부분의 국민은 당황하고 혼란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현재 코로나에 확진돼 재택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위험군이 아니라서 그냥 앓다가 말 것이라고 하는데 진짜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다”며 “보건소에서 받은 전화번호도 연결이 잘 안돼 뭘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누워있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확진자 B씨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라도 얻었지만 전화 연결이 잘 안된 고령층은 정말 깜깜이일 것 같다”고 전했다.

다수의 동네 병·의원의 경우 비대면 재택치료 서비스의 질에 편차가 있는 형편이다. 한 동네 병·의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규모가 작아서 진료 등을 보느라 전화로 재택치료 상담을 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재택치료와 관련해선 보건소에 문의하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또 다른 병·의원에선 “인원이 많지 않기에 바쁘면 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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