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 사퇴…비자금 의혹에 “사람 볼줄 몰랐다” 남 탓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6일 1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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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된 김원웅 광복회장이 16일 전격 사퇴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의 장학사업을 위해 국회에서 운영 중인 카페 수익금 일부로 비자금을 조성해 무허가 마사지 업소를 이용하는 등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국가보훈처의 감사결과가 발표된지 엿새만이다.

김 회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최근의 사태에 대해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사람을 볼줄 몰랐고, 감독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은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며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에 대해선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또 사퇴에 이르게 된 것을 특정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로서 2019년 6월 취임한 김 회장은 2년 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당초 김 회장은 14일 자신의 불신임안을 의결할 광복회원들의 임시총회 개최(18일) 요구를 받아들이는 등 버티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재신임을 명분으로 자리를 보전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정치권을 비롯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불명예 퇴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회 관계자는 “18일 임시 총회가 열리더라도 대부분의 대의원이 해임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되자 김 회장이 먼저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복회 정관에 따르면 총회 구성원의 절반 이상의 발의를 얻어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총회 재적 인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

보훈처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감사자료에 따르면 김 회장을 비롯한 광복회 일부 관계자들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7256만여만원이다. 이 가운데 김 회장의 한복·양복 구입 440만원, 이발비 33만원, 마사지 60만원 등 사용 내역이 확인됐다.

특히 김 회장은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무허가 업소에서 전신 마사지를 10만원씩, 모두 6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광복회관에 사무실이 있는 김 회장이 직선거리로 13km 떨어진 아파트까지 가서 마사지를 받은 이유는 향후 경찰 조사에서 밝힐 대목이다.

또 김 회장이 강원 인제에 설립하고 가족·친인척이 임원을 맡았던 협동조합 ‘허준약초학교’에 공사비 1486만원, ‘안중근 의사 모조 권총 구입 대금’ 220만원 등을 비롯해 국회의원실 화초 구입비(300만원), 명절 상품권(200만원), 직원 상여금·야유회비(1420만원) 등에도 비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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