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000원으론 못살아”…北 30대 무용강사, 디스코 가르쳤다가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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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2월 7일 12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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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평양 노동신문=뉴스1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한 30대 무용 강사가 10대 청소년들에게 외국 춤을 가르친 혐의로 체포됐다.

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더선 등 외신은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를 인용해 북한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무용 강사 A씨가 체포됐다고 전했다.

RFA에 따르면 평성에서는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연합지휘부가 한국 영화 시청자와 외국 문화 유포자에 대한 단속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단속은 설 전후로 강화됐는데, 이는 명절에 대부분 단속이 뜸하다고 생각한 주민이 마음 놓고 한국 영화를 시청하거나 외국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계심이 낮아진 A씨 역시 지난달 30일, 평성시 양지동의 자택에서 10대 학생 6명에게 외국 풍의 디스코 춤을 가르쳐 줬다. A씨의 춤 강습은 한 도당 간부의 10대 여아 B양이 길거리에서 붙잡히면서 발각됐다.

당시 반사회주의 감찰단은 길거리에서도 청소년들의 휴대전화를 불시에 검열했고, 이때 B양의 휴대전화에서 한국 영화가 들어있는 SD카드를 발견했다.

B양이 붙잡히면서 한국 영화와 외국 춤 영상이 담긴 USB 드라이브, SD 카드를 청소년에게 빌려준 도 검찰소 간부의 친척 C씨까지 체포됐다. C씨는 조사 과정에서 “양지동에서 개인 춤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가 외국 춤 영상이 담긴 USB를 사갔다”고 자백했다.

이후 감찰단은 사복 차림으로 A씨 자택 인근에서 잠복해 있다가 여러 명의 학생이 A씨의 자택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급습해 현장을 적발했다. 현장에는 TV 옆에 외국 노래와 춤 영상이 담긴 USB 드라이브가 꽂혀 있었고, 10대 학생들은 화면 속 안무를 따라 하며 춤을 배우고 있었다.

이에 감찰단은 USB 드라이브를 회수하고 A씨와 학생들 모두 반사회주의 연합지휘부로 끌고 갔다.

평성예술대학교에서 안무학을 전공하고 몇 년 전부터 평성 옥촌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A씨는 “약 3000원 정도의 교사 월급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개인적으로 춤 학원을 운영해왔다”고 털어놨다. A씨는 주 2회, 시간당 10달러(약 1만2000원)의 비용을 받고 춤을 가르쳐 준 것으로 알려졌다.

RFA는 “외국 춤을 배우던 학생들의 부모는 도 행정기관 간부들로, 돈과 권력을 쥔 사람들”이라며 “그러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위반한 자들은 지위를 막론하고 강하게 처벌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씨와 학생들은 노동교화형으로 처벌받게 되며, 학생들의 부모 역시 출당 직위 해제의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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