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뉴스1|사회

수색·구조 작업 불가에 ‘좌절’…실종자 가족 한마디에 결국 ‘눈물’

입력 2022-01-22 13:41업데이트 2022-01-22 13:43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21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사고 수습당국이 기울어진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해당 공사 현장 201동 건물이 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져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 1명은 숨진 채 수습됐고, 나머지 5명은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소방청 제공) 2022.1.21/뉴스1 © News1
“시민들이 차가운 바닥에 있고 아직 돌아오지도 못하고 있으니 시장이 더 최선을 다해야죠.”

21일 오후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현장. 소방당국에 신청한 출입허가증을 받아 목에 걸고 폴리스라인 뒤편 한 호텔건물로 향했다.

건물 너머로 16개 층이 무너져 내린 아파트 외벽에 위태롭게 걸려 있는 타워크레인과 이 크레인을 해체하기 위한 2개의 더 큰 크레인의 모습이 보였다.

호텔 지하.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 사고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가 차려져 있다. 잠시 뒤 노란 민방위복에 단체 다운 점퍼를 걸친 이용섭 광주시장이 도착했다.

이 시장의 눈 밑엔 진한 다크서클이 내려앉았다. 찬바람 때문인지 피부도 거칠었다. 안부부터 물었다.

이 시장은 눈을 한 번 지그시 감았다 뜨더니 회의테이블 끝 벽 앞 테이블에 놓인 TV모니터를 가리켰다. 62인치쯤 되는 대형 TV모니터엔 사고 현장을 드론으로 외부에서 찍은 영상이 틀어져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아요. 위험요인도 많고. 빨리 구조하지 못해 너무 힘드네요.”

이용섭 광주시장이 21일 오후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에서 뉴스1과 만나 아파트 붕괴 상황과 심경을 밝히고 있다.2022.1.22/뉴스1 © News1
◇ 사고 발생 후 실종자 찾을 때까지 24시간 상주

이 시장은 지난 11일 사고 발생 후 13일부터 사고 현장에서 24시간 상주하며 수색구조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매일 오전 8시30분 중앙기관과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어 당일 수색·구조작업 계획과 안전성을 확보할 크레인 해체 등 작업 일정, 정보 등을 공유한다.

오전 회의는 광주시를 비롯해 청와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국토안전관리원, 경찰, 소방, 광주 서구청 등이 참석한다.

오후엔 6시30분쯤 다음날 수색과 구조 방법 등 현안에 대해 실무 전문가들과 논의한다. 회의는 두 번이지만 중간중간 일정이 빡빡하다. 의사결정해야 할 일도 많다.

실종자 가족을 대상으로 오전 10시와 오후 4시 등 두 차례 진행 상황을 브리핑한다. 대피 중인 붕괴 사고 인근 상가와 아파트 주민들, 입주 예정자들까지 피해 대책을 논의한다.

“상인들은 거래 끊기고 영업도 하지 못해요. 주민들도 10일 넘게 밖에서 생활하고 있으니까, 현대산업개발과 피해 대책 논의하고, 입주예정자들도 11월에 입주할 것으로 생각하고 대출이나 전세 등 모두 준비하다 피해를 보고 있으니 회의하면서 어떻게 할지 답을 찾아야죠.”

한꺼번에 동시에 처리하기는 버겁다. 우선순위를 정해 풀어야 한다. 최우선은 실종자 가족이다.

“그분들이 가장 급박한 피해자이고, 아직 가족들이 차가운 콘크리트 사이에 있으니 한시라도 빨리 실종자를 찾는 게 최우선이죠.”

◇ “다른 사람 희생하면서 수색 원치 않아” 실종자 가족들 말에 ‘눈물’

이용섭 광주시장이 12일 오전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연락이 두절된 인부 6명의 가족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1.12/뉴스1 © News1
이 시장은 지난 11일 오후 3시47분쯤 아파트 붕괴 사고 직후 소방본부장급 간부로부터 사고 발생 보고를 받았다. 경상 1명이라며 현장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처음엔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난해 6월 학동 참사의 트라우마가 떠올라 현장으로 가겠다고 했죠.”

오후 4시41분 현장에 도착했다. 직접 본 붕괴 현장은 참혹했다. 대형사고였다.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 작업 인력 현황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당일 394명이 투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6명이 연락이 닿지 않았다. 휴대전화 GPS를 추적했더니 사고 현장 인근으로 나왔다. 반복된 추적에도 위치 변동은 없었다.

“그때만 해도 이 분들 생존해서 구조하는 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소방대원들 안전성 확보하면서 투입시키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된 거죠.”

사고는 역대 붕괴 사고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고난도 현장이었다. 붕괴 규모가 엄청나 사람이 인력으로 잔해물을 치울 수 없는 구조였다. 조그만 장비라도 투입해야 했지만 현장 상황이 너무 위험했다.

3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공사 중 건물이 23층까지 무너지면서 추가 붕괴 위험이 컸다. 전문가들도 진입을 막았다. 이 시장은 “당시 좌절했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이 145m짜리인데 바람불면 흔들흔들하고 건물 잔해물 치우다 붕괴될 수도 있고, 추가 사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컸죠. 옹벽도 넘어갈 수 있어 밖에서 작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너무 위험하고 전문가들도 못 들어가게 하니, 엄청난 좌절을 느꼈죠.”

실종자 구조가 최우선인데, 구조하던 소방대원들이 또 인명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 이 시장은 좌절과 고뇌에 빠졌다.

그때 실종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13일 오전이다.

“가족이 저 안에 있지만 다른 사람이 희생하면서 수색하는 건 원치 않는다. 다만, 가족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신경 써달라.”

이 시장은 실종자 가족들의 이 같은 발언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분들의 말이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몰라요. 울컥 눈물이 나더군요. 시민 6명이 찬 바닥에 누워있는데 나만 따뜻하게 이불 덮고 잘 수는 없다, 실종자 구조할 때까지 상주하면서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려주자…”

사고수습본부 현황판에 ‘추가 인명 피해 없도록 확실한 안전장치 강구’라는 글귀도 적어놓았다.

◇ “현대산업개발 참 나쁜 기업…부실시공이 원인”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사퇴한 정몽규 회장이 17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고 있다. 2022.1.17/뉴스1 © News1
이 시장은 현장의 안전성 확보와 실종자 수색·구조작업을 병행했다. 한편으론 사고의 최고 책임이 있는 현대산업개발에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현대산업개발 건축 공사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다며 광주에서 진행 중인 현산의 모든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광주시 사업에 현산의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 붕괴 건물을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현대산업개발을 향해 “참 나쁜 기업”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도 했다.

이 시장은 “첫 번째 사고가 아니라 두 번째다. 지난해 6월9일 정몽규 회장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나에게 직접 약속했지만 전혀 지키지 않았다”며 “전국적으로 모든 공사를 중지하고 싶었지만 내 힘이 광주밖에 안닿으니까 광주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산이 시 사업에 일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지만, 법령 검토가 필요해 검토하도록 한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전국의 공사 현장에 경각심을 주고 국토부가 검토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한마디로 ‘부실시공’이라고 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공사 기간을 단축해 비용을 줄이려는 관행, 영하 4도 이하인 동절기에는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길게 가져야 하지만 지키지 않은 안전불감증 등 부실시공이 가져온 인재라고 했다.

이 시장은 시가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수습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안전성을 확보해 실종자를 찾아내는 게 최우선”이라며 “상인과 지역 주민들 피해 보상은 현대산업개발 측에 확실히 책임지도록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사 중 민원만 380여건이 접수되는 등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서구청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있다”며 “시 감사위원회 특별감사를 통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를 위해선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의 시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장의 안전불감증은 모든 건설현장에서 발생해요. 이윤을 추구하려는 기업의 특성상 나타날 수밖에 없는 건데, 이걸 막으려면 오너나 경영자에게 바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재해법을 제대로 시행해야 하고, 하청업체들이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원청에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감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현장에서 제대로 관리감독만 해도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게 공공감리단 제도다.

“광주시가 기술사, 건축사 등 자격 있는 사람을 뽑아 채용하는 거죠.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대해 안전을 철저히 점검하고 문제가 있을 시에는 곧바로 공사를 중단시키고 시정토록 해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확실하게 예방하는 겁니다.”

◇ “지금은 실종자 구조가 최우선…책임 따질 때 아냐”

이용섭 광주시장이 13일 오후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을 찾은 방정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사고 수습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광주시 제공)2022.1.22/뉴스1 © News1
엄밀히 따지면 이번 사고의 관리관청은 광주 서구청이다. 인·허가를 비롯해 관리감독은 담당 지자체가 한다. 학동 참사 때도 마찬가지다. 광주 동구청이 관리기관이다. 하지만 시가 나섰고 모든 화살을 다 맞았다.

일부에선 ‘왜 관리감독기관인 서구청은 가만히 있고 광주시가 전면에 나서서 뭇매를 맞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 시장은 “광주시가 법적 책임은 없지만, 시민들 목숨이 위협받고 있는데 책임 소재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며 “시민의 목숨이 제일 우선이니까, 시장이 전면에 나서서 시민 구조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기자에게 허용된 인터뷰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인터뷰를 마친 이 시장은 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 점검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며 한마디 덧붙였다.

“아직도 찬 바닥에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실종자 가족과 시민들께 너무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밖에는 못 드리겠네요.”

(광주=뉴스1)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사회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