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줄이세요” 싸이카 직접 몰고 영덕 누비는 경찰서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일 15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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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군 7번 국도에서 박종우 영덕경찰서장이 교통사고 예방 및 순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종우 영덕경찰서장 제공
경북 영덕군 7번 국도에서 박종우 영덕경찰서장이 교통사고 예방 및 순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종우 영덕경찰서장 제공
“안녕하세요 영덕경찰서장입니다. 속도를 조금만 줄이셔야 할 것 같아요. 사고가 많이 나는 지역이거든요.”

동해안의 대표 관광지인 경북 영덕군 장사 해수욕장과 고래불 해수욕장을 잇는 7번 국도. 이 도로를 운전하다보면 경찰 오토바이인 ‘싸이카’를 타고 직접 교통 순찰에 나서는 ‘싸이카 경찰서장’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영덕경찰서 박종우 서장(58).

박 서장은 1992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들어왔지만 교통 관련 부서에 일한 경험은 없다. 20년 이상 취미로 오토바이 몬 것이 전부다. 1800cc의 싸이카를 몰기 위해 박 서장은 2종 소형 면허증을 땄고 빡빡한 업무 시간을 쪼개 도로 교통법규도 공부하는 열정을 보였다. 경찰 싸이카는 크기와 무게가 일반 오토바이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커 베테랑 경찰관이라고 해도 타는 게 쉽지 않다.

박 서장은 지난해 7월 영덕 경찰서장으로 부임했다. 한 달만인 8월부터 업무가 비는 시간을 이용해 싸이카 순찰을 하고 있다. 7번 국도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유독 이 지역이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많기 때문이다. 박 서장은 “현재 포항~영덕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어서 7번 국도에 대형 트럭이 많이 다닌다. 교통사고 위협을 받고 있는 주변 어촌 마을 주민이나 도로가 낯선 관광객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새해 첫 날인 1일에도 박 서장은 싸이카를 타고 영덕 곳곳을 누볐다. 연말·연초는 동해안에 해맞이 관광객이 많이 몰려 사고 위험이 높다. 박 서장은 차량 단속보다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으로 한 예방 활동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과속 위험 차량이 보이면 뒤따라 가 운전자에게 안전 운전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지역 도로를 순찰하면서 훼손된 교통 표지판이나 가드레일 등을 확인하는 것도 박 서장이 하는 일이다. 박 서장은 “올해도 업무보고만 받기보다 실제 현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서장이 될 수 있도록 싸이카를 타고 지역 곳곳을 누비겠다”고 말했다.


영덕=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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