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스트레스 풀어줄게”…고3에 치근덕댄 50대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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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1일 1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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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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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의 고3 여학생에게 수시로 연락해 “수능 스트레스를 풀어주겠다”며 영화를 보거나 식사를 했던 50대 후반 교감이 징계 불복 소송 끝에 패소했다. 그러나 아동·청소년 강제추행과 성적학대 혐의에 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아 감봉 1개월의 징계에 그쳤다.

2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당시 경기도의 한 공립 고등학교의 교감이었던 A 씨가 “감봉 징계를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2016년 겨울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던 B 양을 학교에서 마주친 후 상담을 이유로 교감실로 찾아오라고 요구했다. B 양이 찾아오지 않자 A 씨는 기숙사 담당 교사를 시켜 B 양을 호출하기도 했다. 그는 교감실로 찾아온 B 양에게 상담을 해준 후 “선생님을 통해 너를 부르는 것이 불편하니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요구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이듬해 고3 수험생이 된 B 양에게 A 씨는 “수능 스트레스를 풀어주겠다”며 불러낸 뒤 인근 지역에 위치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식사를 했다. 영화 관람 중에 B 양의 손을 잡기도 했다. 그는 이후에도 고기를 사주겠다며 두 차례에 걸쳐 B 양을 불러내 식사를 하고 손을 잡았다.

이밖에도 A 씨는 B 양에게 수시로 문자를 보내며 연락을 시도했다. 메시지에는 ‘보고 싶다’거나 ‘사진을 보내 달라’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고, 하트 이모티콘을 보낸 것이 다수 확인됐다. B 양 학교 교감인 A 씨의 문자에 답변을 하면서도 친구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B 양은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B 양과 가족은 같은 해 10월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 씨는 검찰 수사를 거쳐 2018년 10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위계 등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법원은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손을 잡은 경위 등을 보면 B 양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어 추행에 해당하지 않고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도 “A 씨가 B 양에게 호의를 베푼 것이 이성으로서 감정을 느낀 측면도 있어 그 행위가 교감으로서 부적절한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에서 “A 씨가 B 양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 성적학대 행위를 했다”는 내용을 추가했으나 2심 역시 무죄 판결했고, 2심은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교육청은 징계위원회에 A 씨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징계위는 무죄 확정 이후인 지난해 3월 A 씨에 대해 감봉 1개월을 의결했다. 징계위는 징계에 대해 “교감으로서 여학생에게 1000여 건이 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일부 메시지 내용은 적절하지 않다. 법원도 A 씨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판시한 만큼 교원으로서 품위유지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에 A 씨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그러자 A 씨는 지난해 9월 법원에 징계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소장에서 “B 양에게 교육자로서 호의를 베푼 것일 뿐 이성으로 감정을 느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유독 B 양을 수시로 교감실로 불렀고 선물을 사주는 등 개인적으로 각별히 챙겼다. 더욱이 A 씨가 보낸 부적절한 메시지에서 B 양에 이성적 호감이 명백히 드러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B 양은 매일 이어지는 A 씨 연락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A 씨 행위는 교원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품위유지 의무위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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