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부른 층간소음 사건… “이랬다면 어땠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4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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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재구성

동아DB
이달 15일 인천 남동구 빌라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은 전형적인 층간소음 갈등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윗집 거주자(48)의 칼부림으로 아랫집 남편(60대)은 인대 절단, 부인은 목 주변에 찔려 의식불명 중태, 딸은 얼굴과 손에 심각한 자상을 입었다.

경찰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이날 오후 5시 경 아랫집 신고를 받고 C경위(남성)와 D순경(여경) 두 명이 출동했다. C경위는 신고자인 아랫집 남편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사이 여경은 윗집 거주자가 3층 아랫집에서 흉기를 휘두르자 놀라 1층으로 도망갔다. 딸의 비명을 들은 60대 아버지가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이후 딸이 피를 흘리면서 가해자의 손을 잡고 있는 동안 아버지가 손 인대가 끊어지는 격투 끝에 상대를 제압했다. 여경은 물론이고 남성 경위도 이 자리에 없었다. 빌라 밖에 있던 경찰들은 다른 주민이 공동현관문을 열어준 뒤 빌라 안에 들어가 이미 제압된 가해자를 검거했다.

경찰청장은 해당 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현장 출동 경찰관 2명에 대해서는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이 사건을 보면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어딘가에 있는 아파트 빌라 등에서 수없이 벌어지고 있는 층간소음 갈등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이 사건의 갈등 진행 과정을 되짚어 본다. 단계별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어떻게 했으면 극단적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었는지 알아본다. 도움말=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구속된 구속된 A씨(40대)가 24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11.24/뉴스1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구속된 구속된 A씨(40대)가 24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11.24/뉴스1


▼층간소음 발생=올해 9월 A씨가 빌라 4층 윗집으로 이사 왔다. 밤에 자주 쿵쿵거리는 발망치 소음을 냈다. 술을 마신 날은 소음이 더 컸다. 이후 아랫집의 문제 제기와 항의 그리고 윗집의 무시로 층간소음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대체로 아파트보다 빌라의 층간소음이 더 심한 편이다. B씨 가족은 참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A씨에게 이야기를 해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아쉬운 부분=아랫집은 쉽지 않았겠지만 초반에 일단 감정을 억눌렀어야 했다. 먼저 윗집의 현관문에 “층간소음으로 대화하고자 합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 등의 메모지를 통해 1차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어느 정도의 대화를 진행한 다음은 미리 준비한 심한 시간대, 가장 심각한 소음원을 종이에 적어 윗집에 전달했다면 더 효과적인 접근법이었을 것이다.

▼감정문제 비화
=이런 상황이 몇 개월 지속되자 단순 피해 호소가 아니라 감정문제로 넘어갔다. A씨는 조금만 움직여도 소리 좀 줄여달라며 자신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B씨에게 화가 났다. 소리 줄여달라는 말을 들으면 더 고의적으로 발소리를 크게 냈다. B씨 가족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A씨는 말로는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결국 이사 가기로 했다. 새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아쉬운 부분=윗집이든 아랫집이든 감정이 격화돼 가고 자신들이 이미 접근하기 어려운 경지까지 갔다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민원센터 혹은 전문가에 자문을 받아 접근방법을 강구했다면 좋을 뻔 했다. 폭력 성향이 강한 사람들로 인해 층간소음 갈등으로 살인사건 까지 종종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했다.

▼칼부림 비극
=사건이 일어난 당일도 층간소음 문제로 심하게 다퉜다. 범행 당일에도 낮 12시50분 경 아랫집의 경찰 신고로 윗집 거주자는 주의를 받았고 경찰에 신고한 아랫집에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그리고 오후 5시경 칼을 들고 아랫집에 내려갔다. B씨는 큰 소리와 욕설을 내뿜는 A씨에게 살의를 느껴 다시 경찰을 불렀다. 집안에 있던 B씨의 부인은 목 부위를 찔려 중태에 빠졌다. 딸(20대)은 얼굴과 손에 심각한 자상을 입었다. B씨는 제압과정에서 손의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아쉬운 부분=환경부가 운영중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나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민원센터는 아파트 민원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빌라, 원룸 등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아파트는 관리사무소라도 있지만 빌라 등은 이런 완충지대가 없는 편이다. 그러니 사건이 커지고 경찰을 부르게 된 것이다. 사각지대에 있는 공동주택에 관심을 더욱 기울여주었으면 한다. 당일 경찰의 행태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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