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앞 ‘김치 오픈런’…“배추 사려고 새벽부터 줄 섰어요”[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1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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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기자)“몇시에 오신거에요?” (첫 번째 손님) “새벽 1시… 어제 실패하고 오늘 또 왔어요”

사넬백 이야기가 아닙니다. 절임배추를 사려고 첫 번째로 줄을 서 있던 어르신 얘기였습니다. 요소수에 이어 이젠 김장용 절임배추까지 줄을 서서 구매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번 주말, 여러 지역 마트에서는 김장용 배추를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의 ‘김치 오픈런(Open Run)’이 펼쳐졌는데요.





설마 싶어서 21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간 기자도 펼쳐진 광경을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김장 코너를 지나 반찬 코너를 거쳐 채소 코너까지 자발적으로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요? 올해는 가을 장마 같은 이상 기후로 중부 지방의 배추 작황이 좋지 못했고, 배추의 뿌리와 밑동이 썩는 배추 무름병이 유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배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60% 이상 올랐고, 김치에 들어가는 다른 재료값도 올라 차라리 절임배추를 사는 게 저렴한 상황이 된 겁니다.




마침내 오전 8시부터 절임배추의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오늘 입고된 절임배추는 10kg들이 1000상자라 인당 5상자로 구매를 제한했습니다.

직원들도 끼어들려는 고객들을 막으랴 무거운 배추 상자를 일일이 카트에 담으랴 연신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품절될까 불안해하던 고객들은 카트에 배추 상자를 가득 채우고 나서야 만족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모든 재고가 소진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김치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나는 나는 너를 못 잊어~”

김치 주제가에 김치맨 캐릭터까지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21세기에 배추를 구하려고 줄을 서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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