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에셋생명 왜 엇갈렸나…‘아내 살해’ 무죄 남편 보험금 소송

  • 뉴스1
  • 입력 2021년 11월 18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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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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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를 가장해 만삭인 아내를 살인한 혐의를 받았으나 치사죄만 인정된 남편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 1심 판결이 엇갈렸다.

외국인 아내가 보험 체결 당시 보험 내용을 이해할만한 한국어 능력을 갖췄는지를 두고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황순현)는 전날 남편 A씨가 미래에셋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달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기 때문에 두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린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A씨는 2014년 8월23일 경부고속도로 천안IC 부근에서 스타렉스 승합차를 몰고 가던 중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고 당시 24세였던 캄보디아 국적의 아내 B씨가 숨졌다. 임신 7개월이었던 B씨 앞으로는 95억원 상당의 보험금 지급 계약이 돼 있었다.

A씨는 2016년 8월 삼성생명보험, 교보생명보험, 미래에셋생명보험 등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형사사건이 진행되면서 보험금 청구 소송은 한동안 중단됐다.

그러다가 대법원이 지난 3월 살인 및 사기혐의는 무죄로 보고 예비죄명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죄만 인정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민사 소송도 재개됐다.

민사소송에서는 B씨가 보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췄는지가 쟁점이 됐다. B씨가 자신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서면 동의를 한 것이 아니라면 보험이 무효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박석근)는 삼성생명보험이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면서 B씨가 보험계약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B씨가 한국어를 잘 알아들었다고 한 보험모집인의 증언과 B씨가 꾸준히 한국어 공부를 했던 점 등을 근거로 “보험계약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보험계약 청약서에 자필로 서명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보험 보험금 소송을 심리한 재판부는 B씨가 계약서에 자필로 서명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한국어 실력을 고려했을 때 계약 내용을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기 어려워 서면 동의에 흠결이 있다고 정반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의 임신중절 수술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와 B씨를 피보험자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설계사들의 진술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산부인과 의사는 B씨와 말이 잘 통하지 않아 A씨와 상담했다고 진술했으며 보험설계사 역시 당시 B씨가 한국어를 잘 못했으며 A씨가 서명하라는 말에 따라서 서명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B씨의 한국어 연습 노트를 보더라도 간단한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한국어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국어 구사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생명보험을 체결할 때 계약 의사를 파악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B씨와 같은 사람을 피보험자로 하는 거액의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보험사도 그들의 모국어로 된 약관을 제시하거나 통역을 하는 등으로 진정한 동의 의사를 확인하는데 필요한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보험자의 동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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