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만은 막아달라고…” ‘포항시청 염산테러’ 피해자 안타까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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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18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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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시청에서 민원인으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한 공무원의 안타까운 사연이 18일 동료들과 지역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지난달 29일 포항시청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민원인으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한 공무원 A 씨의 동료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과장님의 사모님이 간병을 하시며 느끼신 애끓는 심정을 전한다”며 A 씨 부인의 글을 공유했다. 사건 당시 액체를 뒤집어 쓴 공무원 A 씨는 눈 등에 고통을 호소하며 서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

A 씨 부인은 글에서 “청천벽력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세상의 그 어떤 단어로도 담아낼 수 없었던 그날 남편의 사고 소식”이라며 “오로지 눈만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고 밝혔다.

그는 남편에 대해 “집보다 직장이 소중했고 가족보다 직원을 소중히 여겼던 사람, 재발 암 치료 중인 와이프 간호보다 현 업무가 중요한 사람이었다”며 “담당 주무관도 있고, 담당 팀장도 있는데 왜 하필 내 남편이어야 했는지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원망의 대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남편은 그저 자기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한 공무원의 한 사람이었을 뿐인데, 사람이 어찌 사람에게 이리도 무자비한 방법을 행할 수 있는 것인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없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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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 씨 부인은 “원망조차도 퍼부을 시간이 내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오로지 남편을 살려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그렇게 며칠을 정신없이 병원에서 보내다보니 죽을 것 같고 죽일 것 같았던 분노는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했다.

A 씨 부인은 “이제 이 상황에서 그래도 고마웠던 분들이 생각이 난다”며 “사고 직후 초기 대응을 잘 해주신 과내 직원 분들, 소리 없이 뒤에서 참 많은 것을 도와주시는 동료 분들, 응급실로 한달음에 달려오신 시장님, 믿기지 않는 이 상황에 거듭거듭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시며 진정으로 마음 아파하시는 그분을 보며 남편의 얼굴은 일그러져있지만 아마도 가슴으로는 웃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상처투성이 몸과 마음을 부둥켜안고 아픔 속에서 치유를 갈망하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볼 줄 아는 내 남편”이라며 “아직도 뿌연 안개 속에 휩싸인 오른쪽 눈에 안개가 걷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조금만 힘을 써도 화상 부위 핏줄이 툭툭 터지는 기나긴 화상 치료의 길, 너무나도 끔찍했던 사고 트라우마 치료의 길이 남아 있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씩씩하고 담담하게 치료에 임할 것”이라며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마음껏 다시 날개를 달고 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꿈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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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29일 염산 테러 가해자는 당시 외부인 방문이 금지된 포항시청 7층으로 몰래 올라와 상담을 핑계로 A 씨에게 접근한 뒤 생수병에 들어있던 액체를 마주 앉은 A 씨에게 뿌렸다.

택시 매매 알선업을 하는 가해자는 포항시의 택시 감차 정책으로 거래가 끊겼다면서 이전에도 수차례 시청을 찾아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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