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제출한 휴대폰 속 ‘다른 범행 증거’ 나와도…대법 “바로 압수 안돼”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18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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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영장이 아닌 임의제출로 휴대전화를 확보했더라도, 당초 수사하던 범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증거만 압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휴대전화를 분석할 때는 수사대상에게 참여 의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법리도 제시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학교수인 A씨는 지난 2013~2014년 자신의 휴대전화로 피해자들의 신체를 불법촬영하고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경찰은 제자 B씨가 2014년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불법촬영을 당했다는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경찰은 B씨로부터 A씨가 갖고 있던 휴대전화 2대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했는데, 그중 휴대전화 1대에 B씨를 불법촬영한 영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경찰은 나머지 1대 휴대전화를 분석하던 중 A씨의 다른 불법촬영 동영상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영상을 분석해 A씨가 2013년에도 술을 마신 다른 제자 2명의 신체를 불법촬영하고 강제추행한 범행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은 A씨의 모든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다른 휴대전화에서 압수된 동영상의 증거능력은 인정하지 않아 A씨의 2013년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경찰이 수사하려던 범죄는 A씨의 2014년 불법촬영 혐의인데, 이와 다른 범죄에 해당하는 2013년 동영상을 발견했다면 절차를 멈췄어야 한다는 것이다. 2심은 경찰이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분석을 중단하고, 2013년 범행을 수사하기 위한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했다고 봤다.

경찰은 2013년 동영상을 발견해 다른 피해자들이 있음을 확인한 뒤에서야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으며, A씨는 해당 영상의 분석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심은 이처럼 경찰이 2013년 동영상을 압수하며 절차를 어겼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전합은 영장이 아닌 임의제출로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더라도, 수사하던 범죄와 관련이 있는 전자정보만 압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합은 지난 2015년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할 때, 영장에 적힌 범죄사실과 관련이 있는 부분만 출력·복사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정보저장매체 자체를 가져오거나 들어 있는 파일을 전부 압수하는 것은 기술문제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날 전합은 영장을 통한 확보가 아닌 임의제출의 경우에도 이 같은 법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본 것이다.

임의제출 역시 영장에 의한 압수와 효력이 같으므로, 기존에 수사하고 있던 범죄와 관련된 전자정보에 한해서 압수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특히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 등 제3자가 임의제출한 휴대전화라면 수사 목적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관련성이 있는 전자정보만 압수해야 한다는 게 전합의 설명이다. 그 경우 피의자에게 압수·분석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임의제출된 휴대전화에서 압수 대상이 아닌 전자정보를 찾아 분석했다면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며, 나중에 영장을 발부받거나 피고인의 동의를 받아도 위법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A씨 역시 경찰이 수사하던 건 2014년 범행이며, 2013년 동영상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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