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들이 직접 와야 하나?” 새내기 공무원 어머니의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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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16일 1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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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령 3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시청 공무원 A 씨의 어머니가 26일 오전 대전시청 앞에서 아들의 죽음과 관련 기자회견 중 아들의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1.10.26. 뉴스1
발령 3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시청 공무원 A 씨의 어머니가 26일 오전 대전시청 앞에서 아들의 죽음과 관련 기자회견 중 아들의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1.10.26. 뉴스1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전시청 신입 공무원의 어머니가 국민청원을 통해 가해자들에 대한 조속한 징계 처리를 요구했다.

지난 9월 대전시청 신입 공무원 A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12일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A 씨의 어머니 B 씨는 “사건을 묻어두었다가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가해자들에게 아무런 징계처리도 하지 않은 채, 유야무야 넘기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반발한 것이다.

B 씨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대전시는 새내기 공무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징계절차를 즉각 진행하고, 정부와 국회는 법을 개정하여 공무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보호하여 달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같이 문제 제기를 했다.

B 씨에 따르면 1월 신규 임용된 아들 A 씨는 직장생활도 열심히 하는 평범한 새내기 공무원이었는데, 7월에 부서 이동을 하면서 상황이 안 좋아졌다. A 씨는 선배 공무원으로부터 ‘오전 8시 전 출근해 과장 책상에 물이며 커피를 따라 놓고 책상을 정리하라’ 등의 부당한 지시를 받았고, 이를 거절하자 동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B 씨는 “팀장이 아들에게 ‘팀 내 모든 화분에 물을 주라’고 시켰고, 자리로 불러 하나하나 트집을 잡았다. 팀 내 동료들은 업무적인 사항을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고 아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대화에 끼워 주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아들은 8월 중순부터 ‘가슴이 터질 것 같고 숨이 잘 안 쉬어 진다’며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경정신과 치료를 시작한 후 휴직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휴직 신청하겠다는 말을 한 뒤 상사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휴직 신청을 하루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포기했다. 자신의 생일을 한 달 앞두고, 만 25세밖에 되지 않은 제 아들은 그렇게 세상을 떠나게 됐다”고 했다.




어머니 B 씨는 “그런데 시에서는 제 아들을 두 번 죽이는 발표를 했다. 참고인들의 진술이 상반되어 조사의 한계를 느꼈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발표했다. 선배 공무원이 ‘일찍 출근해서 커피, 차를 준비하라’고 시킨 카톡 내용도 제출했고, 입사 동기들도 아들로부터 들은 내용을 진술했다. 그런데도 부족하다면 도대체 무엇을 쥐어 주어야 대전시에서 판단을 할 수 있나. 죽은 아들이 직접 와서 피해 내용을 진술해야만 갑질을 인정해 주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들의 사건을 묻어두었다가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수사기관에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낸 결과통보서를 근거로 가해자들에게 아무런 징계처리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닌가? 유가족들은 대전시장님의 즉각 감사절차 및 징계절차를 재개하여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시에서 내부적인 행정절차 하나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 사건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며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하되 시에서는 우리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 달라”고 했다.

이어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의 즉각적인 개정을 통해 지금 이 시간에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 받고 있을 젊은 공무원들을 구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B 씨는 “죽음을 선택 할 수밖에 없었던 제 아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남아 있는 저희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묻히지 않도록, 그리고 아들과 같은 다른 피해자가 없도록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12일 “A 씨에 대한 직장 내 갑질 의혹을 행정기관에서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명확한 진상 조사를 위해 폭넓은 권한을 가진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위원회 측은 “참고인마다 증언이 다르고, 유족 측 주장과 사건 관계자들의 답변에 상반되는 부분이 많았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수사 결과 갑질로 판명되면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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