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등치는 불법 주식리딩방 활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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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 정보라며 월 250만원… 자동매매 꾀어 수천만원 챙기기도
금감원, 유사 투자자문업체 점검… 일대일 상담-투자 일임-중개 등
70개 업체서 73건 위법혐의 적발… 1∼9월 피해신고 작년보다 32%↑
내달엔 온라인 개인방송 특별점검

#1. 유사 투자자문업체인 A사는 “고수익을 올릴 주식 종목과 시장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고급 투자 정보를 알려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가입비는 한 달에 250만 원. A사는 개별 메신저로 일대일 투자 상담도 해 줬다. 하지만 ‘미공개 정보’라던 투자 정보는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이었고 투자자들은 가입비도 돌려받지 못했다.

#2. B사는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상위 0.1%의 전업 트레이더와 똑같이 거래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매수, 매도 시점을 고민할 필요 없이 전업 투자자처럼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하자 ‘개미’ 투자자들은 1440만 원짜리 프로그램을 사들였다.

주식 투자 열풍을 타고 불법으로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며 투자 상담 등을 해 온 유사 투자자문업자들이 대거 적발됐다. 특히 거액의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등 리딩방의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와 합동으로 유사 투자자문업체 474곳을 점검한 결과 70개 업체에서 73건의 위법 혐의를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중 20곳에 대해서는 투자자를 가장해 암행 점검을 해 9개 업체에서 위법 혐의를 확인했다.

유사 투자자문업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주식 투자 등에 대한 조언을 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교육 이수 등 일정 조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신고만 하면 설립할 수 있다. 증권사나 투자자문사처럼 일대일 투자 상담이나 투자 일임, 중개 등의 업무를 하면 불법이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주식 리딩방을 열고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 유사 투자자문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올해 1∼9월 금감원에 접수된 유사 투자자문업 관련 민원 건수는 2315건으로 지난해(1744건)에 비해 32% 이상 급증했다.

이번 점검 결과에서도 카카오톡과 전화 등을 통해 일대일 투자 상담을 하는 ‘미등록 투자자문’이 17건 적발됐다. 특히 ‘미등록 투자 일임’ 혐의가 17건 적발돼 지난해(4건)의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투자자에게 수천만 원대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하고 유사 투자자문업자가 이를 통해 투자 일임처럼 주문을 내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올해 말까지 유사 투자자문업체 166곳에 대한 점검을 추가로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다음 달부터 유튜브 등 온라인 개인 방송에 대한 특별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유사 투자자문업자가 운영하는 개인 방송에서 일대일 투자 자문 등 불법 행위를 하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증권사가 유사 투자자문사의 위법 행위를 방조하거나 공모하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사 투자자문업자가 운영하는 주식 리딩방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려면 등록 업체인지 확인하고 투자 계약 내용과 가입비 환불 조건, 매매 내역 등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불법#주식리딩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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