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니 ‘불안’ 안 하자니 ‘민원’…전면등교 허용에 학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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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31일 0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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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뉴스1 © News1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뉴스1 © News1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방침에 따라 수도권에서도 11월22일부터 전면 등교가 허용됐지만 개별 학교가 전면등교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게 한 것을 두고 현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분야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11월1일부터 3주의 준비 기간을 거쳐 11월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이후인 11월22일부터 전국 모든 유치원과 학교에서 전면 등교를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4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4학기째 원격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수도권에서도 비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전 학년 매일 등교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다만 전면등교 실시 여부는 개별 학교가 판단하도록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과 현장의 수용성, 준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밀집도를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유 부총리는 “비수도권은 이미 94%의 높은 등교율을 보이고 있지만 수도권은 69%에 그쳐 교육 결손이 더 누적된다는 우려가 컸다”면서도 “지역 감염 상황이나 학교 상황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3분의 2나 4분의 3 등 부분 등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육 현장의 일상회복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되 학교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모호한 지침에 따른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학생 수가 많은 과대학교는 전면등교 시행에 따른 교내 감염 확산 가능성과 학부모들의 전면등교 요구 사이에서 고민이 클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전교생이 1600명이 넘는 서울 동작구 A초등학교 교장은 “매일 1100명 정도 등교했는데 전면 등교하면 500여명이 더 나오게 되는 상황”이라며 “급식실과 화장실 밀집도가 더 높아져 확진자가 더 많이 나오는 상황이 불가피하지만 학부모들의 전면등교 요구가 커 고민이다”고 말했다.

A초등학교에서는 지난 17일 이후 학생 6명과 교직원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일부 학년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교직원 3명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돌파 감염으로 확진돼 혼란이 일었다.

서울 강서구 B초등학교 교감은 “여건에 따라 밀집도를 제한할 수 있다지만 어려운 결정을 학교에 떠넘겼다는 지적도 있다”며 “학부모들의 전면등교 요구가 큰 상황에서 부분 등교를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에만 4명의 학생이 확진된 것을 포함해 3주째 확진자가 나와 교사들 사이에서는 전면등교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인근 2개 학교에서도 지난 주 학생 확진자가 발생해 지역사회가 시끄러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학생 확진자의 ‘교내 감염’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전국 학생 확진자 감염경로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월에는 50.4%가 ‘가족 감염’이 원인이었고 교내 감염 비율은 7.5%에 그쳤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26일까지 가족 감염은 36.7%로 줄어든 반면 교내 감염이 원인인 경우는 24.6%로 훌쩍 뛰었다. 4명 가운데 1명꼴로 학교에서 감염됐다는 이야기다.

교원단체 사이에서는 교육부가 수도권 전면 등교와 관련해 보다 명확한 지침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개별 학교가 감염 위험 증대 등을 이유로 부분 등교를 유지하기에는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며 “원격수업을 병행했을 때 막대한 민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도 “현장에서는 어느 선까지 안전이 유지될지, 학생 확진자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판단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시·도 교육청에서 전면등교 관련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감지된다. 각종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11월22일부터 모든 학교에서 전면 등교가 시행되는지 묻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4차 유행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교수업이 확대되는 데 따른 불안감을 호소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학교가 빨리 전면등교 방침을 안내하면 좋겠다는 글까지 다양하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1학년 학부모 조모씨(41·여)는 “아이들 학교에서 11월21일까지는 현재 등교수업 방침을 유지하고 이후 학사운영 방안은 추후 안내하겠다고만 전해왔다”며 “주변 학부모들과 얘기하면 의견이 갈려 전면등교가 이뤄질지 확실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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