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 민원’ 10년새 153배 폭증…권익위 “연내 해법 제시”

황재성기자 입력 2021-10-20 11:52수정 2021-10-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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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뉴시스
2018년 8월 인천 송도신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에 승용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아파트 입주민인 자신의 차량에 주차위반 딱지를 붙인 것에 대한 화풀이였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다른 입주민들이 크게 반발했고, 이는 당시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며 사회문제로 비화했다.

이같은 아파트나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 등에서 발생하는 주차갈등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사유지에서 발생하는 문제여서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그동안 사실상 방치해오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에 대한 해법을 연내 마련하겠다며 대국민 설문조사에 착수하고 나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10년 새 사유지 주차 민원 153배 증가
국민권익위가 이 문제에 팔을 걷어붙일 정도로 불법주차에 따른 갈등과 민원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사유지 불법주차와 관련한 민원신청은 2010년 162건에서 지난해에는 2만4817건으로 153.2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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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의 관리를 받는 도로를 포함하면 불법주차 관련 민원건수의 증가추세는 폭발적이다. 2010년 8450건에서 2020년에는 무려 314만여 건으로 무려 371.6배가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민원건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 162건에서 이듬해인 2011년에는 191건으로 불과 29건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2012년에는 294건으로 100건 이상 증가하기 시작해, 2013년 397건, 2014년 520건으로 각각 늘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5년부터 증가세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2538건으로 무려 2000건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후 2016년 4536건, 2017년 6205건, 2018년 8038건으로 매년 2000건 가까이 늘어났다.

그리고, 2019년에 다시 한 번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무려 1만7900건으로 9000건 넘게 폭증한 것이다. 2020년에도 증가세는 계속돼 무려 6917건이 늘었다.

윤효석 국민권익위 제도개선총괄과 전문위원은 “최근 들어선 불법주차 관련 민원이 매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되는 민원 가운데 1위를 지키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증가하는 자동차, 부족한 주차장이 원인
이처럼 불법주차 민원이 폭주하는 것은 등록차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주차장 확보가 이를 따라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차량등록대수는 2010년 1468만대에서 2020년 2064만대로 40% 이상 늘어났다. 1가구 2차량인 가구도 적잖은 상태다.

하지만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주차공간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도심 주택가 주차난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다가구나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이 특히 문제다. 이들은 전용면적 30㎡ 1채(실) 당 0.5대, 60㎡ 이하는 0.8대의 주차면적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파트도 부족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으로 아파트는 총 1042만6000여 채에 달하지만 주차면수는 983만8000여 면에 불과하다. 1채 당 0.94대에 불과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가구당 1대가 넘은 지역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1.10대), 세종(1.31대), 울산(1.12대) 대전(1.00대) 등 4곳뿐이다. 나머지 서울(0.89대)을 비롯해 부산(0.80대) 인천·광주(0.92대) 등 모두 1대를 밑돌았다. 특히 전남(0.75대)와 강원(0.78대)은 전국 평균에 크게 못미쳤다.

사유지 불법주차는 현행 법령으로 처벌 한계
상황이 이러다보니 아파트 공원 내 잔디밭 위나 인도 위까지 서슴지 않고 차량을 주차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기 일쑤다. 또 관리사무소가 위반 스티커라도 붙여놓으면 찾아가 욕설하고 협박하는 입주민들도 나온다.

문제는 현행 법규에서 이를 관리하고 중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2월 내놓은 보고서 ‘공동주택 내 주차갈등을 통해 살펴본 주차 관련 법령의 현황과 개선방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주차와 관련한 현행 법령은 ‘도로교통법’ ‘주차장법’ ‘자동차관리법’ ‘형법’ 등 모두 4개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아파트 등 사유지 공간에 대한 행위 제한 규정이 없거나 처벌 규정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입법조사처도 “사유지 내 주차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적 영역의 문제이고, 주차장 공급이 현저히 부족해서 발생한 수밖에 없는 일들로 봐야 한다”며 “엄격한 처벌이나 행정력을 통한 처리보다는 주민 간의 협의나 자체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입법조사처는 다만 “단순한 주차질서의 문제가 아닌 타인의 주차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행정 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안에 해법 제시하겠다”
국민권익위는 사유지내 불법주차 등으로 인한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이달 29일까지 이와 관련한 국민의견을 접수하기로 했다. 참여하려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국민생각함’을 입력한 뒤 ‘주차갈등’을 검색하면 된다. 모바일의 경우 국민신문고 앱을 설치한 뒤, 우측 상단에 위치한 3단 버튼을 접속하고, 국민생각함으로 들어가 주차갈등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된다.

이어 11월 중에는 경찰청 국토부 등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수렴한 기초 논의자료를 만들고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후 최종적인 제도개선안이나 정책제안을 만든 뒤 관계 기관에 전달할 방침이다.

전현희 국민권익위 위원장은 “불법주차에 대한 개선요구가 급증하고 있으나 개선 노력이 부족해 국민 불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 전문가 등의 의견을 모아 정책이나 제도개선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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