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위한 ‘전자칠판’ 설치, 교실에선 “예산 낭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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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13일 1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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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8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자칠판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 News1
지난 5월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8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자칠판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 News1
서울시교육청에서 미래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자칠판’ 설치를 추진 중이지만 일선 교사 사이에서는 예산 낭비와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2024년까지 각급 학교 일반학급에 전자칠판 설치를 추진 중이다. 미래교육환경 구축을 위한 스마트교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8월 발표된 교육회복 지원방안에도 계획이 담겼다.

스마트교실은 무선인터넷 환경에서 태블릿PC, 스마트TV, 전자칠판 등을 활용해 다양한 교수·학습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교실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부터 모든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하기로 했다. 소위 ‘BYOD’(Bring Your Own Device) 사업이 효과를 보려면 전자칠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교육청 구상이다.

전자칠판이 설치되면 학생이 소지한 태블릿PC와 화면을 공유하고 수업내용을 저장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교사가 전자칠판에 판서하는 내용이 동일하게 태블릿PC 화면으로 뜨는 식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특수학교를 포함해 관내 초·중·고교 전체 3만6868학급 중 일반교실에 전자칠판이 있는 학급 비율은 8.7%(3197학급)로 파악됐다. 초등학교가 5.6%(1019학급)로 가장 낮다. 현재는 특별교실에 주로 전자칠판이 설치돼 있는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태블릿PC를 보급받을 중학교 1학년 학급에 올해 287억6000여만원을 투입해 전자칠판 설치를 추진한 뒤 매년 대상 학년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금 계획대로면 2024년까지 총 2363억3000만원을 들여 2만3635학급(초등학교 5학년~고교 3학년)의 칠판을 교체할 예정이다. 학급 1개당 1000만원꼴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교육 지원과 온·오프라인 연계 맞춤형 학습 확대 등 유연한 교육환경 구현으로 학생 만족도가 향상될 것”이라며 “다양한 기능 제공으로 교사 업무 부담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빔 프로젝터’로도 쌍방향 수업 가능…“충분히 따져보고 도입해야”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미 일부 특별교실에는 전자칠판이 도입돼 있지만 활용도가 떨어져 방치되거나 철거된 곳도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도 “이전에 있던 학교와 지금 있는 곳도 특별교실을 일반교실로 전환하면서 전자칠판을 모두 뜯어냈다”면서 “일반교실에서 전자칠판을 사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컸다고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학생들과 태블릿PC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수업 내용이든 학생 기기든 실시간으로 화이트보드에 ‘빔 프로젝터’로 띄울 수 있다”며 “전자칠판이 오히려 BYOD에 배치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업 추진이 촉박하게 진행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올해 추진 일정을 보면 이달에 각 학교에 안내한 뒤 10~12월 사이에 전자칠판 구매와 설치를 완료하고 12월에 전자칠판 설치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 다른 중학교 교사는 “일부 학교에서 시범도입을 통해 제품 성능과 활용도를 충분히 따져보고 순차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갑자기 예산을 주면서 바꾸라고 하면 전자칠판도 제대로 정착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사태를 계기로 미래교육 전환이 교육계 주요 현안이 되면서 교육당국에서는 디지털 기기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교육예산은 필요한 곳에 집중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이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정규교사 확대를 요구하는 교사들의 호소에는 묵묵부답이고, 급하지 않은 전자칠판에는 돈을 펑펑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당장 도입할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하면 전자칠판 예산을 반납해도 돼 설치가 의무는 아니다”면서 “기간도 올해 어려우면 내년에 이월해서 여름방학에 설치해도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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