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이 어눌해서”…80대 뇌경색 환자 신고 두 번 묵살한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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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16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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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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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서 80대 노인이 119에 두 번이나 신고했으나 ‘발음이 부정확하다’라는 이유로 구조 요청이 묵살돼 7시간 넘게 방치됐다.

16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충북 충주에 사는 A 씨(82)는 지난 6일 오후 10시쯤 갑자기 쓰러져 휴대전화로 119에 두 차례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구조대는 오지 않았고 A 씨는 다음날 오전까지 7시간 이상 방치됐다가 가족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당시 신고를 받은 소방관은 “첫 번째 신고는 받자마자 끊겨 ‘무응답 처리’됐고, 두 번째 신고는 발음이 부정확해 의사소통이 어려웠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발음이 어눌해지는 것은 당시 A 씨가 앓고 있던 뇌경색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119상황실 매뉴얼은 언어가 자유롭지 않은 국민이 신고했을 때 근무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해 청취하도록 규정했는데 단순히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긴급신고를 묵살한 것이다.

A 씨의 자녀 B 씨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일반인인 제가 봐도 응급구조 요청인데 전문적으로 이 일만 하시는 119대원분들은 이 전화를 왜 오인 신고로 판단했나”라고 물으며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B 씨가 공개한 녹취록.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B 씨가 공개한 녹취록.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녹취록에 따르면 A 씨는 어눌한 말투로 주소를 읊었고 소방관은 “예?”라고 되물었다. A 씨는 다시 주소를 읊다 “죽겠다. 잠시만 오실래요”라고 말했고 통화는 종료됐다.

B 씨는 “아빠가 82세로 고령이기는 하나 공공근로도 다니시고 젊은 저보다도 체력이 좋으시고 건강하셨다”며 ”하루아침에 병원에 누워 기저귀를 차시고 식사도 코에 넣은 줄로 유동식을 드시는 모습을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라고 호소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해당 소방관은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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