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후 백혈병’ 연관성…오늘 학계 의견 나온다

  • 뉴스1
  • 입력 2021년 9월 2일 0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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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1일 서울 마포구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접종하고 있다. 2021.9.1/뉴스1 © News1
한 시민이 1일 서울 마포구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접종하고 있다. 2021.9.1/뉴스1 © News1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최근 ‘접종 후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거나 ‘백혈병 진단 후 사망했다’는 주장까지 잇따라 제기돼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세계적으로 예방접종으로 인해 급성 백혈병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 전문가들 역시 의학적·역학적으로 봤을 때 급성 백혈병이 며칠 만에 발병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우려 수위가 높아지자, 방역당국은 유관 학계 의견과 해외사례들을 취합한 내용을 2일 공개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의 확인된 정보라도 알려 국민적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코로나19 백신 맞고 백혈병?…靑 청원만 16건

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방대본은 현재 백혈병을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상 반응으로 별도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4일 “50대 가장이 모더나 백신을 맞고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20일 만에 사망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뒤이어 30대 태권도 관장, 30대 체육교사, 20대 군인, 60대 여성 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급성 백혈병을 판정받았다는 글이 이어졌다.

지난 1일까지 총 16명이 접종 후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건데 백신 종류별로 화이자 9명, 아스트라제네카(AZ) 5명, 모더나 1명, 얀센 1명 등 이다.

급성 백혈병은 백혈구가 악성 세포로 변하고, 골수에서 증식해서 말초 혈액을 비롯한 전신에 이 악성 세포가 퍼지는 병이다. 간, 비장, 림프선 등으로 번지는데 발병 원인은 현재 불명확하다.

그러나 종류와 무관하게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백신과 예방접종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 “전 세계서 보고된 적 없어…인과관계 아닌 선후관계일 가능성”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서 급성 백혈병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 1월 기준으로 급성 백혈병 진료를 받은 환자를 5639명으로 집계했는데, 이는 전 국민 대비 0.01% 정도다.

지난 1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 이상 맞은 국민이 2928만9112명(인구대비 57%)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의 16건은 곱해보면 0에 수렴한다. 단순 계산해도 국민 중 발병률과 접종으로 인한 백혈병 발병률은 차이가 있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발병과 접종 간의 인과성을 조사하고 있다.

조은희 추진단 안전접종관리반장은 “국외 사례 중 접종과 백혈병이 연관성 있는지에 대한 논문,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아직은 없다”며 “국민청원이나 이상 반응 신고 등 심의 사례를 정리해 관련 학회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백신 접종으로 백혈병이 생겼다고 보긴 어렵다는 견해다. 체내 악성 세포가 생긴 뒤, 이를 백혈병으로 진단하려면 최소 수개월간 악성 세포가 커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뉴스1>에 “예방접종으로 급성 백혈병이 나타났다면 우리나라보다 먼저 대규모로 접종한 미국 등에서 보고됐을 것이다.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백혈병이 자연 발생한 비율과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백혈병 발생률을 조사해 유의하게 비교할 필요가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백신을 맞았다. 관련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백신을 맞지 않는 게 더 위험하다”고 했다.

백순영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역시 “접종 후 단기간 내 급성 백혈병이 발병할 기전 자체가 매우 어렵다. 해외에서도 그렇다”며 “전 국민 1차 예방 접종률이 50%를 넘었다. 자연적으로 중증질환이 발생하려던 환자가 선행적으로 예방접종을 했을 수 있다. 인과관계보단 선후 관계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소 사례가 늘어나고 불안을 느끼는 데는 환자와 가족 입장에선 건강하던 사람이 예방접종을 받고 난 뒤 이상 반응을 나타냈으니, 그 원인을 ‘접종’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전문가들 “예방접종 정책 신뢰도 하락, 방증”…당국 “오늘 설명”

감염병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백신과 정부의 예방접종 정책에 신뢰도가 떨어져 못 믿고, 우려하는 것”이라며 “당국이 해당 사례들에 대한 인과관계를 신중하면서도 국민이 이해하게끔 솔직하고 명료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호소사례로 인해 국민들이 예방접종 참여를 꺼리고 외면한다면, 감염으로 인해 얻을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순영 교수는 “국민들이 이상 반응 사례로 신고하는 것은 접종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하고, 걱정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자세하지도 않고, 불명확하다면 국민들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의 자세가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석 교수도 “전 세계적으로 사례는 없지만, 정부가 증명해야 한다. 예방접종과 이상 반응, 사망 간의 인과성을 조사해 설명하는 게 최선”이라며 “희귀한 사례라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교수는 “정부는 인과성을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그게 해야 할 역할이다. 예방 접종률을 올려야 할 시기에 국민들에 불안감을 줄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소세로 전환할 수 있는 방역 대책은 예방접종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혈액학계의 검토 의견, 접종과 백혈병 간 해외사례 등을 취합해 이날 오후 2시 10분 정례브리핑에서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고재영 방대본 대변인은 1일 정례 백브리핑에서 “예방접종 후 백혈병이 발생했는지, 백신과 연관이 있는지, 해외에서 백혈병이 발병한 사례가 있는지 등을 대한혈액학회에서 답변을 줄 것이다. 2일 브리핑에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백혈병 관련 해외 사례, 제약사에서 판매 이후 추가 정보를 수집한 사례가 있는지 요청했다. 식약처의 답변도 있으면 설명하는 자리를 갖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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