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보이는 3-4인 저녁모임…자영업자는 시큰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3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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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인센티브 적용 첫날 표정

23일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시민들이 모임을 갖고 있다. 오후 6~9시 식당·카페 이용시 예방접종 완료자 2명을 포함하는 경우 4명까지 사적 모임을 허용한다. 미접종자는 현행대로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2021.8.23 /뉴스1
23일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시민들이 모임을 갖고 있다. 오후 6~9시 식당·카페 이용시 예방접종 완료자 2명을 포함하는 경우 4명까지 사적 모임을 허용한다. 미접종자는 현행대로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2021.8.23 /뉴스1
“저희 백신 접종 완료 인증할게요. 쫓아내지 마세요.”

23일 오후 5시 반경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갈비집. 20대 남녀 3명이 식당에 들어오면서 “저희는 오후 6시 이후에도 2명 이상 모임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업주 황모 씨(40)는 “따로 안내하지 않아도 손님들이 알아서 백신 접종 인증 서류들을 챙겨와 저도 관련 내용을 숙지해뒀다”고 했다. 이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황 씨 앞에서 접종 인증을 한 뒤 자리에 앉았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수도권은 4단계, 비수도권은 3단계인 상태로 2주 간 연장된 가운데 수도권에서는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오후 6시 이후에도 식당과 카페에서 최대 4명까지 모일 수 있는 ‘백신 인센티브’가 이날부터 적용됐다.

수도권 시민들은 미뤄왔던 약속을 다시 잡으려 분주한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인센티브가 축소될 수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약속을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됐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영업사원 박모 씨(37)는 친구 2명이 들어와 있는 단체 카카오톡방에 “25일 이나 9월 2일 중 하루를 무조건 골라야 된다”는 글을 남겼다. 친구 1명이 6월 얀센 백신을 접종해 ‘백신 인센티브’ 대상자로 분류됐다는 사실을 알고 급히 저녁 약속을 제안한 것이다.

이날 오후 6시를 전후해 서울 종로와 신촌 등 식당에는 3, 4명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관련 규정을 정확히 숙지하지 않고 식당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오후 6시 10분경 종로구의 한 고깃집을 찾은 50대 직장인 남성 3명은 가게 앞에서 백신접종 증명서를 내밀었지만 업주로부터 “2차 접종까지 끝내고 14일이 지나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당혹스러워했다. 일행 중 한 명이 1차 접종만 끝낸 상태여서 합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자영업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미 영업시간 1시간 단축으로 안 그래도 없던 손님이 더 줄었는데 ‘백신 인센티브’ 시행으로 매출 손실을 만회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주 이용객인 20~40대의 백신 접종률이 아직 낮아 당장 손님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날 오후 6시 이후 서울 성수동의 카페 골목에 있는 카페 36곳 가운데 손님이 3명 이상 앉아있는 가게는 한 곳도 없었다. ‘오후 6시부터는 2인만 가능하다’는 기존 안내문이 그대로 붙어있는 곳도 있었다. 종로구의 식당 종업원 김모 씨(38)는 “4인 이상 모임 가능하냐는 예약 문의도 있었지만, 반대로 영업시간이 한 시간 줄었다며 예약을 취소한 손님도 있었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백신 접종 완료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가게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 주인은 “손님들에게 주민등록증 검사하듯 하기도 부담스럽다”며 “60대 이상 노인들은 접종 확률이 높을 테니 그냥 받고, 젊은층은 무조건 2명만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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