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이기진]“관광의 절반은 음식이라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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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대전충청취재본부
이기진 대전충청취재본부
‘관광의 절반은 음식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한 뒤 황 씨를 두둔하면서 한 말이다. 이 지사 측은 관광 활동 중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관광과 음식’의 관계는 비록 예민한 정치 상황 속에서 스쳐 지나갔지만, 정치 이슈와는 상관없이 다시 곱씹어 봐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 생각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2017∼2019년 3년간 제주방문객 1인당 지출 경비 중 식음료비 비중은 2017년 23.1%에서 2019년 27.2%로 늘었다. 반면 숙박비는 21.4%에서 18.8%, 쇼핑비는 15.0%에서 12.2%로 줄었다. 이는 제주관광공사가 해마다 실시하는 관광객 실태조사에서 2018년 처음으로 맛집 여행인 ‘식도락’이 1위로 올라선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국내 한 여행사 조사에서는 ‘그래도 여행을 가겠다’는 응답자 중 여행 목적 1위는 ‘맛집 여행’이었다. 경관 감상과 휴식은 뒤로 밀렸다.

그만큼 음식은 관광 목적, 여행지 선택, 관광 활동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코로나19로 국내 축제도 상당수가 취소됐지만 그나마 특산물 등 음식을 기반으로 하는 축제는 온라인 형태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도 음식이 관광객을 모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목포시 등 많은 자치단체들은 맛의 도시 선포, 식도락 여행 프로그램 신설, 맛집골목 조성 등에 나서고 있다.

대전시도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맛집 책자’와 ‘맛 지도’ 제작을 추진하고 있으며 충남 공주시도 책자 및 지도 제작은 물론 특산품인 알밤을 브랜드화하기 위한 전국 규모 알밤요리대회를 준비 중이다. 충남 천안시는 호두과자의 역사성을 살린 ‘빵의 도시’로 선포해 다양한 시책을 마련하고 있고, 금산군은 올해 처음 ‘삼계탕 축제’를 신설했다. 홍성군도 올가을에 명성이 높은 한우를 널리 알리기 위한 ‘바비큐 축제’를 준비 중이다.

관광과 축제, 음식 콘텐츠가 지역을 살리는 ‘키워드’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하필 음식 얘기가 왜 이럴 때 나왔느냐’고 아쉬워하면서도 관광과 음식의 중요성은 머릿속에선 떠나질 않는다고 말한다.

이기진 대전충청취재본부 doyoce@donga.com
#관광의 절반은 음식#이재명#황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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