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에서 이물질 나와 치아 다쳤다”…허위로 돈 요구한 손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5일 0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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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과 천안을 비롯해 전국의 제과점에 ‘빵에서 이물질이 나와 치아를 다쳤다’며 치료비를 요구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5일 대한제과협회 대전시지회와 천안시지회 등에 따르면 올 6월부터 한 남성이 제과제빵점에 전화를 걸어 “빵을 먹다가 이물질이 나와 이를 다쳐 치과 치료를 받았다”며 돈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최근까지 협박전화를 받거나 피해를 입은 업소만 20여 군데에 이른다. 남성의 전화를 받고 대부분 업주는 9만~19만 원 정도의 돈을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남성은 “돈을 보내지 않으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신고하게다”고 으름장을 놨다. 업주들은 남성이 요구하는 금액이 많지 않은데다 자칫 식약청에 신고할 경우 되레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업주들이 제과협회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상대 남성이 보낸 이물질 사진을 공유했다. 이물질은 플라스틱 조각 모양으로 비슷했고 돈을 요구하는 수법도 같았다. 피해를 입은 김 모 씨(62)는 “만약 돈을 보내지 않아 식약청에 신고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돈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며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빨리 범인이 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 업주들이 가게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남성은 제과점에 방문하지도 않은 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름과 전화번호 3개를 돌려가며 협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률 대응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진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범행대상에서 제외하고 영세 제과점만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 남성은 영수증과 방문시간을 알려달라는 업주들의 요구에 대해선 “치과 치료중이니 곧 보내 드리겠다”며 불안감을 고조시킨 뒤 “영수증을 찾아보니 없다. 귀찮아 그냥 신고하겠다”며 협박을 이어갔다.

이미숙 대한제과협회 천안지부 사무국장은 “아무리 영세한 제과점이라도 거름망을 사용해 이물질 혼입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협박 전화를 받을 경우 신속하게 협회 등에 사실을 알려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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