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다리 난간서 허공만…’ 투신 징후시 즉시 대응한다

강승현 기자 입력 2021-06-14 03:00수정 2021-06-14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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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기술연구원-소방재난본부
1년간 한강 투신 행동 빅데이터화… 비슷한 패턴 보이면 경고 전송해
관제센터-구조대 등서 선제 조치
한 남성이 늦은 밤 마포대교 인근을 서성인다. 잠시 걸음을 멈춘 남성은 난간에 기대 허공을 바라보며 10분 넘게 생각에 잠긴다. 이 모습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잡혔고, 곧 한강교량 통합관제센터로 남성의 투신 가능성을 알리는 경고 메시지가 전송됐다. 메시지를 확인한 센터 근무자는 남성이 대교를 벗어날 때까지 추적하고 관리한다.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교량 주변 구조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출동 준비를 한다.

한강교량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수년째 줄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는 교량 주변 이상행동들을 사전에 감지해 구조대원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

서울지역 한강교량 투신사고는 2016년 506건, 2017년 517건, 2020년 474건으로 해마다 400∼500건 정도 발생한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협력해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의 ‘한강교량 맞춤형 CCTV 관제기술’을 연구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투신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에 보였던 행동들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경우 센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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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은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소방재난본부 수난구조대의 △출동 현황 정보 △CCTV 동영상 및 감지센서 데이터 △투신 시도 현황 정보 △신고 이력 및 통화 내용(문자) 등 데이터 분석을 통해 투신자들의 행동 패턴을 파악했다. 그 결과 수십 분 동안 난간에 기대 허공을 바라보는 등 투신 직전 비슷한 행동 패턴이 발견됐다.

연구원과 소방재난본부는 이번에 개발한 관제기술을 올해 10월 구축 예정인 ‘한강교량 통합관제센터’에 연계해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연말까지 테스트를 거쳐 도입할 예정이다.

이 같은 투신자의 행동 분석 자료가 관제시스템에 반영됨에 따라 앞으로는 투신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투신 위험이 있는 사람에 대한 집중 관찰이 이뤄지면서 실제 투신으로 이어질 경우 현장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험 상황 경보의 정확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특정 영역 안에 물체가 들어오면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사람 외에 새나 물건 등이 포착돼도 경보가 울리는 오작동이 많았다. 김준철 서울기술연구원 데이터사이언스센터 수석연구원은 “기존에는 탐지 오류 등으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상황들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보다 빠르게 선제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빅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투신 사고 대비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현재는 분석 기간이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다양한 행동 패턴 분석이 어렵지만 향후 빅데이터가 많이 쌓이게 되면 더 많은 위험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데이터 축적을 계속 하면서 관련 기술 개발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한강다리#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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