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쓴 오인서 고검장 “검찰 개혁, 교각살우 아니길”

  • 뉴시스
  • 입력 2021년 6월 1일 1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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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보는 시각과 진단은 백인백색"
"사단과 라인은 불분명한 분열 용어"
"안팎의 편 가르기는 무기력만 초래"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오인서 수원고검장(55·사법연수원 23기)이 “안팎의 편 가르기는 냉소와 분노, 무기력을 초래할 뿐”이라며 “내부의 화합과 일치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 고검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글에서 “검찰이란 이름으로 합심해서 일하고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고 격려하며 고통과 보람을 함께 나누는 동료애가 더욱 두터워 지기를 염원한다”고 전했다.

오 고검장은 그간의 검사 생활을 돌아보며 “물러터진 검사라는 핀잔을 받기도 하고 악질 검사라는 수군거림도 경험했다”며 “가치 상반되는 수구 꼴통 검사와 빨갱이 검사 소리도 각각 들어봤다”고 했다.

또 “사안을 보는 입장에 따라 검사 개인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내용이 각양각색이다”며 “공직자의 숙명이자 감내해야 할 몫이려니 하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씁쓸한 감정은 어쩔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 관련 이슈가 끊임없이 생산되면서 안팎이 늘 시끌시끌하다”며 “검찰을 보는 시각과 진단도 백인백색이고 개혁방향과 내용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다. 칭찬과 비난이 손바닥 뒤집듯 한다”고 했다.

다만 오 고검장은 “불완전함과 비효율성을 내포한 채 시행 중인 수사구조 개편 법령에 이어 일각에서 추가개혁을 거론하는 현시점에서도 내부진단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처방에 교각살우 하는 요소는 없는지 살피고 또 살펴봐 주길 바랄 뿐”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검찰이 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걸맞으면서도 제도 본연의 역할을 바르고 반듯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완성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오 고검장은 “내부의 화합과 일치를 위해 기도하겠다. 사단과 라인은 실체가 불분명한 분열의 용어”라고 지적하며 3독, 즉 독선(獨善), 독점(獨占), 독설(毒舌)을 피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내놨다.

그는 “여러 상황 속에 가슴앓이하면서도 사명감을 잃지 않고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전국의 검찰 식구들을 존경하고 응원한다”며 글을 마쳤다.

오 고검장은 그간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팀을 사실상 지휘했다. 지난 2019년 3월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수사외압 의혹에 문홍성 수원지검장이 연루, 직무를 회피하면서 이를 대신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오 고검장의 사의 표명을 두고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기소 결재 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따른 ‘항의성’ 사표라는 해석도 나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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