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추행 피해 사소한 진술번복…신빙성 의심 안돼”

  • 뉴시스
  • 입력 2021년 5월 13일 1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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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후 귀가 택시서 손·다리 만진 혐의
1심, 징역 1년 선고…"추행 사실 인정돼"
2심, 성추행 무죄…"진술 신빙성 떨어져"
대법원 "신빙성 배척 안 돼"…파기 환송

성추행 피해자의 진술이 일정 부분에서 다소 바뀌었더라도 당시 상황 등 피해사실의 주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면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전 전 공군 중령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성추행 혐의를 무고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는 자신과 함께 회식을 한 여군 하사 A씨와 함께 택시를 타고 관사로 귀가하던 중 A씨의 손과 다리 등을 만진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지난 2014년 1월 오후 11시10분께 청주시 상당구의 한 식당에서 A씨 등 부하들과 함께 술을 마신 후 A씨와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A씨의 손과 다리를 만졌고 A씨가 자신의 손을 잡으며 제지했음에도 다시 손을 빼 다리를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또 같은 날 오후 11시30분께 공군사관학교 관사 근처 도로에서 마치 술에 취한 듯 휘청거려 A씨가 자신을 부축하도록 유도하고 A씨가 자신을 부축하자 왼손으로 허리에 손을 얹는 등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김씨의 성추행 등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1심은 “A씨는 공군사관학고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김씨의 성추행에 대해 최초 진술한 때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추행 행위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A씨의 진술을 충분히 믿을 수 있으므로 김씨가 A씨를 추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택시 뒷자석에서 김씨가 손을 잡고 만졌다’고 진술하다가 나중에 ‘김씨가 손으로 무릎을 만지고 손을 잡았다’고 하는 등 진술이 달라진 부분은 있다”면서도 “당시 택시에 앉아있던 A씨의 손이 무릎과 허벅지 언저리에 놓여있었고 그 손을 김씨가 잡으면서 손이 A씨의 다리 부분에 닿았을 상황을 고려하면 A씨가 없는 사실을 꾸며내면서 추행 정도를 강하게 진술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심은 A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성추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1심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A씨의 기억이 흐릿해질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진술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 사건 추행은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건의 순서 등에 대해 착각할 수는 있어도 전혀 다른 새로운 진술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로 보인다”고 밝혔다.

2심은 “A씨는 처음에 ‘김씨가 취한 상태여서 부축했다’고 진술했고 택시 안에서의 상황에 대해서는 ‘불쾌한 심정이었다’고 진술했다”며 “김씨에게 불쾌한 감정을 느꼈던 A씨가 택시에서 내린 직후 김씨를 부축했다는 것은 석연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어 “김씨가 부축을 요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김씨의 팔을 잡는 방식으로 부축을 했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결국 이 같은 A씨의 진술은 택시 안에서 김씨로부터 추행을 당한 것이 과연 모두 사실인지 강한 의심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2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의 진술 중 추행 행위 전후 상황 등에 관한 진술이 다소 바뀐 적이 있으나 이는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불과하다”며 “A씨는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김씨의 추행 행위에 관해 진술한 만큼 그 과정에서 진술이 다소 바뀐다는 사정만으로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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