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작물 육성 5개년 계획 수립
2025년까지 재배면적 4배로 확대
파파야 등 품종개발 등 지원 강화
황순곤 씨(59)는 경북 안동시 와룡면 이상리에서 파파야 농사를 짓고 있다. 재배면적은 시설하우스 3300m² 규모. 직장인이었던 황 씨는 2010년 퇴직하면서 본격적으로 농사에 도전했다. 아열대 기온을 맞추기 위한 난방비가 파파야 판매액보다 높아 수익을 얻기 쉽지 않았지만 적정 온도를 찾아 수익 구조를 개선했다.
이 농장은 동남아에서 볼 수 있는 싱싱한 그린파파야(덜 익은 열매)를 수확한다. 수입 그린파파야는 이송 과정에서 숙성해 익은 상태로 한국에 들어온다. 황 씨는 “동남아 다문화 가정이 파파야로 쏭탐(태국식 김치) 등 현지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 해도 그린파파야 수급이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점에 주목했다. 주고객을 다문화가정으로 잡았고 농장 체험 학습을 병행해 괜찮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 전문점 메뉴판에서 ‘원산지 POHANG(포항)’을 보는 날도 머지않았다. 2019년 귀농한 김일곤 씨(54)는 경북 포항시 기계면 내단리에서 커피 농사에 도전했다. 부추 재배 시설하우스를 빌려 커피나무 600주를 심었다.
김 씨 역시 실패 과정에서 노하우를 얻었다. 김 씨는 “시설하우스 생육 환경을 찾아 커피 열매를 맺게 해 발아까지 성공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곳 3300m² 규모의 스마트팜을 신설한 그는 커피나무 2000주를 심어 본격적으로 재배할 계획이다. 김 씨는 “기후는 스마트팜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기계면은 흙이 좋아 재배 환경이 우수하다. 수입 커피는 방부 처리해 오지만 이곳 커피는 자연 그대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에는 전체 197개 농가가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매년 늘고 있다. 파파야와 무화과 등 열대과일은 재배면적이 2016년 16.4ha에서 올해 현재 34.7ha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한라봉과 천혜향 등 만감류를 중심으로 파파야 키위 바나나 등 과수 8종과 여주 얌빈 공심채 등 채소 11종이 재배 중이다. 경주 36농가를 비롯해 고령 26농가, 포항 22농가, 경산 17농가 등 19개 시군에서 재배하고 있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농업 분야 미래 먹거리를 아열대 작물로 정하고 집중 육성한다. 전국 처음으로 아열대 작물 육성 5개년 종합 계획을 세웠다. 2025년까지 예산 1462억 원을 투입해 아열대 재배 면적을 현재 40.5ha의 4배 이상 규모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도가 이 같은 대책을 마련한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농업 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11년부터 올해까지 110년 동안 한반도 기온은 평균 1.8도 상승했다. 경북은 1970년대 중반 이후 현재 기준 평균 기온이 0.63도 정도 올랐다. 경북이 주산지였던 사과가 경기도나 강원도 등 북쪽 지방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지역 농민들은 작물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도에 따르면 현재 아열대 작물 재배 농가 대부분이 작물 전환을 시도했다. 경북은 아열대 작물 재배 환경이 좋은 편이다. 국내 아열대 작물 주요 산지인 제주도보다 평균 온도가 4도 정도 낮지만 일조시간이 연평균 2508시간 정도로 길어 생육 환경을 갖췄다.
도는 5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아열대 작물 전문 단지를 조성하고 시군별 특화단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원 조례도 제정한다. 아열대 작물 연구기술 교육 강화, 고품질 품종과 재배 매뉴얼 개발, 농가 간 재배기술 공유 네트워크 구축, 전문 농업인 육성, 현장 컨설팅 및 집중 홍보 등도 진행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미래 농작물 재배 환경 변화를 읽고 농도 경북의 전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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