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전파력 강한 英변이 유행… 확산 경로 파악 안돼 초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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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울산 최근 확진자 64%가 英변이
다중시설 선제검사 등 특별방역… 전문가 “英변이가 우세종 된 상황”
숨은 감염자가 변이 전파 통로 추정… 다른 지역에도 확산 우려 커져
신규 확진 사흘만에 다시 600명대… 위중증 환자 2주만에 49% 급증

울산시가 다중이용시설 종사자 등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제 검사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5일 발령했다. 최근 울산 지역에서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한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대대적인 ‘특별 방역’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1972건(기타 변이 포함)에 이른다. 방역당국은 전파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를 대체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우세종’이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 경로 ‘오리무중’ 영국 변이

울산시는 이날 목욕탕 및 유흥시설 종사자, 콜센터 직원, 택배기사 등이 14일 오후 5시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울산시는 대상자가 최대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3일부터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까지로 1시간 줄이고, 임시 선별검사소도 3곳에서 10곳으로 늘렸다.

울산시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이 지역에서 영국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현재까지 320명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인구 100만 명당 감염자 수로 환산하면 282.4명으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많다. 이는 서울의 영국 변이 감염(100만 명당 9.5명)의 30배에 가까운 수치다. 영국 변이 환자 수는 경기가 455명으로 가장 많다.

영국 변이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70%, 치명률이 최대 61% 높다. 울산에서 최근 지역 확진자 80명의 검체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 51명(63.8%)이 영국 변이 감염자로 확인됐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울산 지역은 이미 영국 변이가 우세종이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과 울산시는 유독 울산에서 영국 변이가 유행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첫 영국 변이 감염자는 2월 12일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 다녀온 50대 대기업 직원으로 알려졌다. 여태익 울산시 감염병관리과장은 “울산의 해외 유입 변이가 단 한 명에 의해 모두 전파됐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확산 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다른 시도 확산은 시간문제”

늘어나는 ‘숨은 감염자’가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 통로가 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4일 브리핑에서 “울산이 타 지역보다 해외 유입에 의한 코로나19 전파가 많은 곳은 아니다”며 “숨은 감염자가 누적되면서 변이 감염자 비중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국의 ‘감염경로 불명’ 환자 비중이 30%에 가까운 만큼 다른 지역에서도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변이, 미국 캘리포니아 변이 등도 국내에서 퍼져 나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첫 확진자가 나온 경기 부천시의 한 노인보호시설에서는 77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는데 모두 남아공 변이였다. 경북은 4월 한 달 동안 지역 확진자의 47.9%가 캘리포니아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부정기편을 타고 입국한 인도 교민 172명 가운데 1명이 검역 과정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 교민이 인도 변이에 감염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국내에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처음 중국에서 들어온 것과 다른 종류”라며 “전파력이 가장 센 바이러스가 앞으로 유행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76명으로 사흘 만에 600명대를 넘어섰다. 이날 위중증 환자 수가 173명에 이르며 2주 만에 49% 증가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울산=정재락 / 김소민 기자
#울산#英변이 유행#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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