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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지방대 대량 미달 사태 계기로 교육정책 새 판 짜야

입력 2021-04-29 03:00업데이트 2021-04-2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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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호 전북대 교수·전 전북대 총장
올해 대학입시에서 지방대를 중심으로 입학 정원에 1만 명이 넘는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지방대 몰락의 전조일 수 있다. 학령인구 급감에서 비롯된 지방대 정원 미달 문제를 계기로 한국 교육 전반에 대한 혁신적 대책을 짜야 한다. 다음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선거 기간 효과적인 교육정책이 제시되고 차기 정부에서 실현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그동안 대선에서 제시된 주요 교육 공약은 한국 사회 발전에 이바지했다. 대선의 주요 공약이던 육아 돌봄, 무상급식, 사교육비 절감, 지방대 육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정치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대학 재정 악화를 불러온 반값 등록금 정책이 대표적이다.

교육은 △남북관계 △저출산 고령화 △복지 △코로나19 방역 △양극화 △청년문제 △지역불균형 등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비해 그 중요성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이 나아가느냐 물러나느냐는 키는 교육이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의 중요성은 더 커져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전개 속에서 더 중시되는 인간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또 저출산 양극화, 청년문제, 지역불균형은 교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도 하다.

교육은 모든 세대에게 중요하다. 유아 돌봄부터 100세 시대 은퇴자에 이르기까지 국민 삶의 질 개선에 영향을 미친다. 부담 없는 육아는 출산율에 영향을 주고 초고령화 사회의 안정적 운영은 노동력 확보와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하다. 초중고교 교육의 방향성 수립은 미래세대 육성에 결정적이다. 이렇게 중요한 교육정책이 몇몇 사람의 의견만 듣고 단기간에 결정돼서는 안 된다.

대선주자들의 창의적, 혁신적 교육정책 발상을 요구한다.

먼저 대학입시가 교육정책의 전부가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대학입시는 온 국민의 관심사로 공정성과 관계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성을 강조하며 정시 전형 확대를 추진했지만 이는 겉으로의 공정에 치중해 교육의 본질에 소홀한 대표적인 사례다. 현 정부의 대입 정책은 인간의 능력을 개발하고 미래에 필요한 능력을 키워주기보다 눈에 보이는 공정에만 치우쳤다. 정시 전형 확대는 필연적으로 초중고의 점수 따기 교육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입 문제에 대한 창의적 접근은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한다.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보다 학생들이 행복하게 평생을 살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 절차에 공정이 들어가는 것은 좋으나 그것이 교육의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지식을 쌓고, 인성을 기르며,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지를 교육 수혜자가 스스로 찾게 만들 때 공정한 교육이 된다. 교육이 계층 이동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교육은 겉으로 나타난 불공정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성과도 일부 냈다. 이제부터는 교육이 수혜자의 역량을 길러줘 자아실현에 이바지 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공정의 가치일 것이다.

대선주자들이 현 정부에서 뒷걸음질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되돌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기 바란다. 학종은 지금까지 있었던 대입 정책 가운데 교육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제도다. 대학 총장으로서 점수만 맞춰 입학한 학생과 학종을 통해 들어온 학생의 학업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학종 입학생의 학업 성취도와 열정은 물론이고 취업률과 취업의 질이라는 측면에서도 정시 입학생보다 뛰어났다. 그들은 대학 4년 내내 즐겁게 공부했다. 자신이 원하는 전문성을 쌓은 덕에 졸업 후에도 만족하며 살고 있다. 학종이 아니었으면 대학에 들어올 수 없었던 학생이 잠재력을 폭발시켜 모범이 된 경우가 많았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없듯이 학종도 완벽하지 않다. 일부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학종을 악용했다손 치더라도 제도를 보완해야지 아예 싹을 없애서는 안 된다. 학종이 지난 10년 동안 진학 위주의 한국 교육을 바꾸는 데 기여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대학 정책 수립에는 더한 창의성과 정치력이 요구된다.

대학이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인식을 뒷받침할 창의적인 정책과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치력이 절실하다. 거점 국립대는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 관여돼 있다. 거점 국립대 육성은 지역균형개발의 핵심이다. 지방정부가 대학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중앙정부 지원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대학들은 교육의 수월성 제고보다는 평가와 연계한 각종 대학 재정 지원사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년 개교하는 한국에너지공대는 특별법을 통해 자율성과 재정권을 확보했다. 거점 국립대도 같은 수준의 지원이 절실하다.

청년층의 지방 인구 유입도 지방대 육성과 지역균형발전에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대학의 편입학 인원을 포함한 입학 정원 감축을 제안한다. 기준은 인구 비례가 합리적이다. 인구가 부족한 지방에서 인구가 많은 수도권으로 청년층이 옮겨가는 것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 손해다. 수도권 대학의 지방 이전도 고려할 만하다. 지역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수도권 대학 특정 학과의 대학원을 먼저 옮긴 후 점차 학부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수도권 대학의 지방 이전은 지방의 첨단 산업 발전과 혁신도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대학 혁신능력 회복을 지원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대학정책의 지속성이 필요하다. 국립대 정책은 가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대학 발전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둘째, 국립대 거버넌스의 핵심인 총장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인사권과 예산권도 없는 총장은 대학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권한과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다. 미국 대학의 발전은 대학 총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바탕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대학통합에 필요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 법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국립대 간, 국립대 및 사립대 간의 대학 통합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법이 마련되면 자연스럽게 통합 과정에서 입학정원 감축과 부실대학 퇴출이 이뤄질 수 있다.

다가오는 대선에 한국 교육을 바로잡고, 대학이 성장동력이 되는 교육정책이 제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과 대학이 본래의 모습을 찾을 때 대한민국은 재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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