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수강신청은 어떻게 하나요?” 코로나19 시대의 대학

최예나 기자 입력 2021-04-27 12:00수정 2021-04-2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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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날리지(Corona+Knowledge)] <7> “제가 아이와 직접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인데…. 수강신청은 어떻게 합니까?”

올 2월 서울의 한 대학 교무처에 이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자신을 3월에 입학하는 신입생 아버지라고 밝힌 A 씨는 처음엔 “1학년 1학기를 휴학시키려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학교 측이 답했죠. “1학기는 학칙상 휴학이 불가능합니다, 아버님. 일단 수강신청 하고 안 나오면 F학점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이 이야기를 들은 A 씨는 “F학점을 받으면 그 다음엔 어떡하냐” 등을 꼬치꼬치 물은 뒤 말했습니다. “제가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를 전해준 대학 관계자가 말했습니다. “자세히 물어볼 수는 없지만, 아이를 재수기숙학원에 보내서 그런 것 아닌가 하고 추측했어요. 올해 수강신청을 앞두고 유독 이런 전화가 많았습니다. ‘신입생도 자퇴가 가능한가’, ‘아이가 사정이 있어서 내가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데 방법을 알려 달라’는 학부모 전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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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에 반수 편입 급증
지난달 초 서울의 한 대학 학생문화관에 각 동아리들이 신입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현수막을 걸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썰렁하기만 하다. 동아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년 차’를 맞은 국내 대학의 현실입니다. 대학들은 “재학생이 없다”고 토로합니다. 원격수업 때문 아니냐고요? 네, 물론 등교수업이 줄어 캠퍼스에 학생들이 붐비지 않지요. 하지만 원격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학생이 많이 줄었습니다.

대학생활이 원격수업이 주가 되면서 반수나 재수, 편입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많아졌습니다. 대학 생활에 큰 의미를 못 느끼고 휴학을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또 코로나19로 취업문이 좁아져 졸업요건을 다 채우고도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이런 일은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있던 일입니다. 하지만 지방대의 경우 특히 올해 학령인구 급감으로 입학생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 위기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예년에 편입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이 80명이었다면 올해는 110명 정도인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학점이 부족한 애가 어떻게 갔을까 싶은 대학도 학령인구 감소로 편입을 받기 때문이죠.” (충북 B대)

“반수나 편입 때문에 1, 2학년 중도탈락률이 높습니다. 이탈 인원이 10%를 넘어가면 학교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지죠. 하지만 이런 학생들은 (원격수업 질 좋게 하고) 열심히 가르쳐도 잡을 수가 없어요.”(대전 C대)

대학들은 이러한 현상을 ‘밑장빼기’라고 표현합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19 여파로 ‘인 서울’ 대학이어도 하위권 대학 학생이 중위권 대학으로 가고, 중위권은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식이라 지방대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졸업 유예자 급증
2월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졸업생이 계단을 향해 걷는 모습. 코로나19로 기업 신규채용이 크게 축소된 가운데 졸업생 앞에 놓인 계단이 지금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듯하다. 동아일보DB
대학 입장에서도 눈물나는 일이지만, 학생들도 참 힘든 시절입니다. 졸업을 하고 싶어도 취업이 안 됩니다. 충남 D대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졸업 유예자가 10~15% 늘었다”며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직원을 안 뽑는 분위기인데다 취업할 때 재학생 신분을 선호하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졸업 유예자는 재학생에서 제외됩니다.

최근 3년 사이 지방권의 입학생 대비 졸업생 비율을 살펴봤습니다. 이미 줄고 있습니다. 동아일보가 종로학원하늘교육과 대학알리미에서 전국 4년제 대학의 2018~2020년 입학생 대비 졸업생 비율을 비교했더니 지방권 대학(128곳)은 ―5.9%, ―7.0%, ―8.1%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입학생 숫자는 18만 명대로 비슷하지만 졸업생이 17만1282명, 16만9127명, 16만6278명으로 감소한 것입니다.

그만큼 학생들이 입학 뒤 이탈하거나, 졸업을 유예한다는 뜻입니다. 이 수치는 아직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전부 반영되지 않은 것입니다. 아마 올해 통계가 공개되면 입학생 대비 졸업생 비율은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극심해지겠지요. 반면 서울권 대학(43곳)은 ―3.5%, ―4.8%, ―3.0%로 비슷하게 유지했습니다. 지방대의 위기의식이 높은 이유입니다.

올해 대학 입학생은 2002년생입니다.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이 시작된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지요. 그해 출생아는 49만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3년 후에 입학할 2005년생은 43만 명으로 더 뚝 떨어집니다. 전문가들은 “대학의 생존이 3년 뒤 판가름 날 것”이라고 합니다.

● 원격수업을 기회로
원격수업은 대학 입장에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선정한 ‘미국 내 가장 혁신적인 대학’에서 2016년부터 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는 온라인을 통해 학생 수를 늘렸습니다. ‘글로벌 프레시맨 아카데미’ 설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는 온라인에서 일정 교과목을 이수하면 오프라인 1학년 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토대로 대학 교육을 계속할 수 있겠다고 생각되면 2학년부터 오프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면 됩니다. 누구든 저비용으로 고등 교육을 접해볼 수 있게 된 셈이죠. 애리조나주립대는 스스로 “우리는 저소득 학생의 접근 기회가 높은 대학”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대학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ASU 싱크(Sync)’라는 원격수업 플랫폼을 도입했습니다. 오프라인 수업에 올 수 없거나, 건강을 염려해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도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온라인으로 실시간 수업을 들으며 강의실에 나온 학생과 함께 똑같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지난 가을 학기 4만 명이 넘는 학생이 온라인을 통해 대학 학업을 지속했습니다.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은 학생(6만 명)과 비교해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위기가 올 것을 알고도 대비하지 않으면 당할 수밖에 없지요. 코로나19는 이미 대학에서의 학습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대학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재학생의 이탈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우리 대학들의 의미 있는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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