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시민공모전, 기존 명칭이 대상 수상…혈세낭비 지적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4월 26일 14시 07분


코멘트
논산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논산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충남 논산시가 주관한 ‘탑정호 출렁다리’ 명칭 공모전에서 대상이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 동상이 ‘탑정호 출렁다리’로 선정돼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논산시는 지난달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동양 최대인 600m 탑정호 출렁다리를 전국 최고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명칭을 공모한다”며 17일부터 20일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내걸었다. 시는 동일 명칭의 경우 먼저 접수된 제안만 인정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후 시는 이달 23일 금상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 은상 ‘탑정 늘빛다리’, 동상 ‘탑정호 출렁다리’로 당선작을 발표했고, 각각 200만 원, 100만 원, 50만 원을 수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상과 동상 수상작이 당초 공모에 제시된 명칭과 동일해 비판이 제기됐다. 누리꾼들은 기존에 있던 이름을 그대로 정하면서까지 공모전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또 금상, 동상 수상작이 접수 시작 후 각각 43초, 2초 뒤에 접수된 것이어서 내부 관계자가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논산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논산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이와 관련해 시 미래사업과는 본지에 “문화·예술·교육계 등으로 구성된 외부 평가단이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를 잘 드러낸 명칭으로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를 최종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공모전을 굳이 했어야 했냐는 지적에 “(공무원들이) 임의로 정할 수 있지만 공모를 통해 전 국민의 의견을 받으려고 했다”고 답했다. 내정자 의혹에 대해선 “오전 9시부터 접수를 받는다고 사전에 공지를 했다”고 일축했다.

이 공모전에 중복 명칭을 포함 총 5058건이 접수됐으며, 금상 수상작의 경우 35건의 동일 작품이, 동상은 66건이 접수됐다. 은상작 명칭은 단일 접수됐다.

누리꾼들은 “저런 식의 명칭을 지을 거면 직원끼리 논의해도 되겠다”, “짜고치는 고스톱 수준이라도 너무한 거 아니냐” 등의 비판을 이어갔다.

한편 이 같은 사례는 1월 서울 용산구에서도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관한 ‘용산공원’ 명칭 공모전에서 최종 선정된 이름이 ‘용산공원’으로 정해진 것이다.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는 “기존 명칭인 용산공원이 10여 년간 사용돼 국민에게 친숙하고 부르기 쉬우며 직관적으로 그 대상이 떠올려진다는 강점이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2012년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철도’ 명칭을 공모하면서 최우수작으로 공모에 제시된 이름에서 ‘국제’만 뺀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를 선정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