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부는 전체 국민 백신접종률을 발표하지 않을까[이진구기자의 대화, 그 후- ‘못다한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1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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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자 ‘대화’의 주인공은 최은화 국가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이었습니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의 안전성 문제가 논란이 된데다, 접종 기피자도 상당수여서 백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난 뒤 한 예방의학 전문의가 정부가 발표하는 백신 접종률이 국민들에게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을 해왔습니다. 전체 국민대비 접종률이 아니라 정부가 정한 접종대상자에 대한 접종률만 발표하기 때문에 공급 차질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백신 접종이 잘 진행되는 것처럼 착각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질병관리청은 매일 백신예방접종 현황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전체 국민 중에 몇 %가 맞았냐는 수치는 없습니다. 대신 1분기 대상자 중 몇 %, 2분기 대상자 중 몇 %가 맞았다는 수치만 있지요. 그동안 전체 국민 접종률이 1%대다, 2%대다 하고 나온 건 뭐냐고요? 이 수치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게 아닙니다. 언론이 임의로 현재 인구로 계산하거나,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운영하는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자료를 인용한거죠. 그래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20일 기준 누적 접종자 163만9490명을 올 3월 주민등록인구 5170만5905명으로 대비하면 전체 국민 접종률은 3.17%입니다.

우리가 백신을 맞는 이유는 집단 면약을 갖추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통계는 전체 국민 대비 접종자죠. 1분기 접종률, 2분기 접종률, 병원 종사자 중 접종률 이런 것은 공무원들이 행정을 할 때 필요한 자료입니다. 이해가 안 가서 관계 기관에 문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현재 전체 국민에 대한 접종이 아니라 접종 대상자들에 대한 접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금 접종은 고위험군, 병원 등 의료기관 종사자, 코로나 1차 대응 요원 등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접종률만 집계하지 전체 국민 대비 접종률은 안 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극히 행정적인 일처리죠.

이게 당연한 걸까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1분기(1~3월) 접종률은 20일 현재 89.4%입니다. 대상자 87만8181명 중 78만5011명이 맞았기 때문이죠. 이걸 ‘접종률 1’이라고 표기하더군요. ‘접종률 2’도 있습니다. 대상자 중 접종동의자 81만6241명의 접종률이지요. 96.2%까지 올라갑니다. 코로나가 접종비동의자들을 피해가나요?

물론 이런 현황도 행정부처가 일을 하기위해서는 필요합니다. 일이 얼마나 진행이 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인 전체 국민 대비 접종률은 내지 않으면서 단기 진행과정만 파악한다는 건 뭔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조차 “지금까지 나온 전체 국민 접종률이 정부가 낸 게 아니었느냐?”며 깜짝 놀라 반문하더군요. 이 때문에 불필요한 해석도 나돌고 있습니다. 자랑할 게 K방역뿐인데 국민 접종률이 너무 낮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한다는 해석도 있고, 또 얼마 전 끝난 4·7 재보궐 선거에 악영향을 줄까봐서라는 말도 나옵니다. 지금은 접종률이 너무 낮아 굳이 통계를 낼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얼핏 그럴듯해 보입니다만 접종률 현황이 높으면 내고, 낮으면 안내도 되는 것은 아니지요. 연말까지 집단 면역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그러면 일년 내내 전체 국민 접종률 통계를 안 내도 되는 걸까요. 원래 안 내는 것이라 100%를 달성해도 집계하지 않는다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군요. 공급이 수월해져서 전체 국민 접종률이 하루가 다르게 40%, 50%, 60%로 올라가면 ‘집단 면역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할게 뻔하니까요.

벌써 1년이 넘게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고 얼마나 더 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조금 나아진다 싶으면 방역의 고삐를 풀고, 악화되면 다시 죄는 일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이 지쳐있다는 반증이겠지요.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핑계를 댈 거리가 있으면 기대서 느슨해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입니다. 실제 전 국민 접종률은 한 자리 숫자인데 정부가 이건 말하지 않고, ‘대상 목표 대비 80~90%를 접종했다’고만 발표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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