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거리두기… 안 풀리는 백신수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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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중 경보’]유흥주점 영업중지 조치 비웃듯
서울 강남 업소들 “걱정 말고 오세요”… 간판 끄고 문 잠근채 ‘몰래 영업’
정부 “1045만 명분 확보” 밝혔지만 얀센 혈전 논란, 모더나도 공급 차질
전체인구 대비 접종률도 2.2% 그쳐

《 환자는 급증하는데 백신은 없다.2021년 4월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다. 4차 유행이 가시화했지만 불 끄고 장소를 바꿔 가며 영업하는 일부 유흥시설로 인해 방역망 곳곳에 구멍이 나고 있다. 팬데믹 종식의 희망인 백신 접종은 지지부진하다. 일부 안전성 논란에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하며 조기 접종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버젓이 불법영업 13일 오후 10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룸살롱 건물 후문 주차장으로 승용차가 들어가고 있다. 이 
차량은 오후 9시경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네댓 차례씩 드나들며 고객과 종업원으로 보이는 남녀들을 실어 날랐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버젓이 불법영업 13일 오후 10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룸살롱 건물 후문 주차장으로 승용차가 들어가고 있다. 이 차량은 오후 9시경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네댓 차례씩 드나들며 고객과 종업원으로 보이는 남녀들을 실어 날랐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단속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몰래 영업’이라 QR코드도 안 찍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면서 12일부터 정부가 수도권과 부산에서 유흥시설 영업을 중지시켰지만 최근 집단감염이 잇따랐던 룸살롱들은 불법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가 13일 오후 9시 이후 서울 강남에 있는 룸살롱 6곳에 문의한 결과, 모두 “룸에서 여성 종업원과 술을 마실 수 있다”고 답했다. 6곳 모두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QR코드 전자출입명부 등의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심야시간에 찾아간 강남구의 한 룸살롱은 비밀 스파이 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었다. 간판 조명은 모두 끄고 정문도 잠겨 있었지만 후문 주차장으로 승용차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고객을 실어 날랐다. 지정된 장소에 경찰 순찰차가 나타나면 다른 곳으로 가는 차량인 척 이동하기도 했다. 해당 룸살롱 직원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업소에서 떨어진 지역에서 손님을 태워 조용히 실어온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의 감시를 벗어나려고 아예 다른 장소에서 영업하기도 했다. 강남 지역의 또 다른 룸살롱은 “인근 안마시술소를 통째로 대관해 내부만 바꿔 운영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달 18일까지 전국에서 유흥시설 집중 단속을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 지구대·파출소는 물론이고 기동대 등 가용 경찰력을 최대한 투입해 불법 영업을 찾아내고 있다. 단순한 업태 위반이 아니라 코로나19 방역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인 만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부족한 백신 14일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직원이 코로나19 백신 저장고에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꺼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얀센 백신도 혈전 부작용 논란이 제기되면서 국내 도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부족한 백신 14일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직원이 코로나19 백신 저장고에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꺼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얀센 백신도 혈전 부작용 논란이 제기되면서 국내 도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글로벌 악재’가 이어지면서 한국의 백신 확보 계획도 흔들리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이탈리아 언론을 인용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내년에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수급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두 백신을 둘러싸고 제기된 희귀 혈전 부작용 논란 때문이다. 또 이날 덴마크 TV2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덴마크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영구히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전날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자국 내 우선 공급 방침을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한 후 “5월부터 4000만 회(2000만 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게 되면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 대한 공급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14일 현재 정부가 도입 물량이 확정됐다고 밝힌 백신은 상반기 내 1045만 명분. 이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가 533만7000명분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얀센 역시 2분기부터 600만 명분 도입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에 실제로 들어온 백신은 화이자 포함 181만1500명분에 불과하다. 정부는 상반기(1∼6월) 중 1200만 명 접종이란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외에 얀센, 모더나, 노바백스 등과 계약한 백신 4600만 명분이 도입되면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안전성 논란이 커지고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까지 국내에서 백신을 한 번이라도 접종한 사람은 123만9065명. 전체 인구의 2.2%다.

조응형 yesbro@donga.com·오승준 기자 / 이미지 image@donga.com·조종엽 기자
#거리두기#백신수급#유흥주점 영업중지#몰래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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