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산공개 대상자인 정부 고위공직자 중 절반가량은 본인과 가족 명의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농민도 아닌 공직자가 토지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어디 있냐며 투기를 위한 목적이 아니겠냐고 비판하면서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게 아니라면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1년도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중앙정부 공무원과 유관단체장 등 759명 중 토지가 있다고 신고한 공직자는 388명(51.1%)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토지재산 총액은 1007억여원이었으며, 최근 논란이 된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지역에 토지를 보유한 공직자도 17명이었다.
국회의원들도 절반가량이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국회의원 298명 중 158명(53.0%)이 토지를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다.
고위공직자들의 토지재산 공개가 이뤄진 이날,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한 편이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의혹이 제기된 것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이 이런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네티즌 ID jun****은 “집 한 채만 가지라고 하니 팔고 정보 입수한 거로 다들 농지 투자했네”라고 했고, ID nob****는 “국민들은 투기꾼으로 몰아가면서 세금 뜯어가더니 공무원들 세비로 땅 투기꾼 양성하고 있었군”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글들도 줄지어 올라왔다.
다만 땅을 가진 게 불법도 아닌데 예민하게 반응해 트집 잡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네티즌 ID shi****은 “내부정보 이용해서 투기하는 게 문제지 땅 가지고, 집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죄는 아니지 않냐”며 “왜 ‘보유’한 게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ID kg9****는 “고위공직자들이 불법으로 땅 투기해서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고향 땅 있는 것도 있고 퇴직 후 전원생활하려고 구입한 땅도 많을 것”이라며 “이렇게 반응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직장인 이모씨(29)는 “토지를 소유했다고 무작정 비판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면서도 “재산공개를 보니 대부분의 고위공직자는 열심히 돈을 모았다는 게 느껴졌지만, 일부 엄청난 재산을 보유한 사람들을 보니 박탈감이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정 정도의 토지를 소유한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공직자가 필요 없는 토지를 가지는 경우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우리나라는 영농을 전제로 땅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경자유전 원칙이 있음에도 공직자들이 농사계획서를 편법으로 써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토지 소유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들이 토지를 통한 개발이익 등을 과다하게 얻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국장은 “물론 상속을 통해 일부 토지를 물려받는 분들도 있지만,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농지법이나 이해충돌법 등을 엄격하게 만들고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공직 인사기준에 부동산 보유 관련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토지 자체를 보유한 걸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농지를 보유한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을 어긴 것으로, 실제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들은 이를 빨리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국민들 입장에서도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들이 토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토지 공공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며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투명하고 공공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