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수 재선거… 이번엔 오명 벗을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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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선거자금 조성 혐의로 직전 군수 2명 잇따라 구속
현직 도의원 출마 위해 중도사퇴… 4명의 후보 ‘표심잡기’ 경쟁 치열

‘이번엔 오명(汚名)을 벗을 수 있을까.’

다음 달 7일 군수를 다시 뽑는 충절의 고장 경남 의령군. 군민 최대 관심사이자 여망은 ‘공명선거’다. 불법 선거자금 조성 등 혐의로 오영호 이선두 등 직전 군수 2명이 잇따라 구속됐기 때문이다. 지역 노인회와 향교 등이 공명선거를 촉구하며 “명예를 회복하자”고 외칠 정도다. 의령군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군수뿐 아니라 도의원, 군의원도 동시 선출한다. 현직 도의원이 군수 후보로 나서기 위해 중도 사퇴했고, 공석이 된 도의원 자리엔 군의원이 덩달아 출마했다.

군수 재선거에 나선 후보는 4명. 이들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분초를 쪼개가며 득표전을 펼치고 있다.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김충규(66·전 남해해경청장), 2번 국민의힘 오태완(55·전 경남도 정무특보), 6번 무소속 오용(65·전 의령군의회 의장), 7번 무소속 김창환 후보(47·변호사)다.

군수 선거 재수생인 민주당 김 후보는 간부 후보로 시작해 평생 경찰공무원으로 일했다. 장애인과 노인, 보훈 등 3대 분야 복지 공약을 중심으로 바닥을 다지고 있다. 16일엔 이낙연 당 상임선대위원장이 현지를 찾아 지원했다. 그는 “힘 있는 여당 후보, 준비된 군수 후보를 뽑아야 한다. 푸른 깃발을 꽂아 의병 정신을 되살릴 것”이라며 지역을 누비고 있다.

국민의힘 오 후보는 “중앙과 지방, 정치와 행정을 두루 경험한 군수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경남도에서 정책, 정무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는 것. 그는 의령군 인구 유입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슬로시티 의령, 남강벨트 100리길 조성, 스마트 행정 구현을 약속했다.

무소속 오 후보는 의령군 생활체육회 사무국장 등을 지냈고 진정한 의령 토박이임을 자부한다. 자굴산∼한우산 구름다리 조성, 의령군 관통 고속도로 건설, 남강변 힐링 보도 만들기를 약속하고 있다. 군의회 경험도 소중한 자산. 그는 “국민의힘에서 선거를 유발시키고도 후보를 냈다. 외지에서 날아온 짝퉁 후보는 필요 없다”고 국민의힘 오 후보를 겨냥했다.

검사를 거쳐 의령군 고문변호사를 지낸 무소속 김 후보는 ‘젊은 피’라고 외친다. 후보 가운데 가장 젊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 공직문화 개혁, 농업인 지원 강화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미래 비전으로 의령군을 책임질 실력 있는 적임자”라며 표밭갈이에 한창이다.

의령군 인구는 2만7900명으로 경남에서 제일 적다. 유권자는 2만5300명. 2010년 10월 군수 보궐선거 당시 투표율은 70.9%였다. 이번 투표율을 70%로 예상하면 1만7700여 명이 투표하게 된다. 과반은 8800여 표, 후보 4명이 균분(均分)하게 되면 7500표 안팎의 득표로도 당선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은 공천에서 탈락한 강임기 전 함양부군수, 손호현 전 경남도의원 등 3명의 반발로 진통을 겪었다. 법원이 17일 이들이 낸 ‘후보 경선 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일단락됐지만 후유증이 남았다. 탈락자들 행보가 선거 판세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 의령군수 선거는 소속 정당뿐 아니라 출신 읍면, 지역 친밀도 등도 당락에 영향을 줬다. 이번에도 조직이 움직이는 민주당, 현 정권 심판론을 내건 국민의힘, 지역 정서를 잘 아는 무소속 후보들이 막판까지 혼전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의령군수#재선거#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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