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공사장 인근 미세먼지에 숨이 턱… ‘매우 나쁨’ 기준의 3.5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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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미세먼지 2년만에 매우 나쁨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광화문역 인근의 버스정류장. ㎥당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60μg에 달한다. 초미세먼지 
등급 중 가장 높은 ‘매우 나쁨’(76μg 이상)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광화문역 인근의 버스정류장. ㎥당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60μg에 달한다. 초미세먼지 등급 중 가장 높은 ‘매우 나쁨’(76μg 이상)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의 한 공사 현장. 보도블록을 절단하는 과정에서 희뿌연 먼지가 피어올랐다. 바로 앞은 시민들이 오가는 횡단보도다. 한국환경공단의 1등급 성능 인증을 받은 미세먼지 간이측정기에 ‘268’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다. 268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은 ‘매우 나쁨’ 기준치(m³당 76μg 이상)의 3.5배 수준이다.

○ 서울 초미세먼지, 2년 만에 ‘매우 나쁨’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11일 한반도 중서부 지역을 덮쳤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인천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으로 악화됐다. 서울의 일평균 농도가 ‘매우 나쁨’에 다다른 건 2019년 3월 10일(100μg) 이후 732일 만이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더 나쁜 곳이 있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진이 서울시내 곳곳을 측정한 결과 도로와 공사장 주변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보다 훨씬 심각했다. 오전 7시 반 마포구의 한 버스정류장 초미세먼지 농도는 178μg까지 올랐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고스란히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됐다. 오후 1시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버스정류장의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160μg에 달했다.

도로는 도심 속 대표적인 초미세먼지 배출지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오가는 차들의 움직임이 빚어내는 ‘와류(渦流·소용돌이)’ 현상으로 오염물질들이 차도 중간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몰린다”며 “차도와 가급적 멀리 떨어지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시는 카페도 안심할 수 없었다. 서울 서대문구 대로변에 위치한 카페 내부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30∼140μg을 오르내렸다. 외부 공기가 그대로 유입되는 지하철역 5호선 광화문역 내부 통로는 150μg까지 치솟았다.

○ 동북아 전역이 미세먼지로 ‘콜록’

이번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은 서울 등 한반도 중서부 지역과 베이징(北京), 선양(瀋陽) 등 중국 동북 지역, 북한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원인은 대기 흐름의 정체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동북아 전역이 고기압으로 눌려 대기 흐름이 느려진 데다 한반도 동쪽에 자리 잡은 저기압에 가로막힌 상태”라고 설명했다. 강원 영동과 부산, 경남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이유는 동풍 때문이다.

동북아 전역의 극심한 대기 정체는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곳에 따르면 11일 오후 4시 인천과 서울의 대기질지수(AQI·Air Quality Index)는 각각 163으로 전 세계 도시 가운데 6번째로 높았다. AQI는 초미세먼지와 오존, 이산화질소 등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종합해 나타내는 숫자로 높을수록 대기 질이 나쁘다. 중국 선양(265)이 전 세계 1위, 베이징(162)이 8위였다.

이번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은 15일까지 지속되다 16일 찬 북풍이 불어오며 해소된다. 당분간 중서부 지역은 약한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가 이어진다. 송창근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날이 흐리면 대기오염 물질이 대기 상층부로 확산되지 못하고 지면 가까이 머물러 미세먼지 농도가 오히려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은 3월 중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통상 3월은 일 년 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다. 2019년 3월에는 수도권에서 사상 처음 7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바 있다. 이때 서울의 역대 최고 초미세먼지 일평균 농도(135μg)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광화문#공사장#미세먼지#매우나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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