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엔 버려진 차들, 휴게소엔 지친 사람들… “제설차는 안왔다”

이윤태 기자 , 김윤이 기자 , 지민구 기자 입력 2021-03-03 03:00수정 2021-03-0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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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폭설대란’ 시민들 공포에 떨었다
1일 오후 5시경 강원 고성군 미시령동서관통도로에서 폭설로 도로가 마비되자 시민들이 차량 밖으로 나와 있다. 독자 제공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편의점에 갔더니 정말 100명 넘게 바글바글했어요. 너무 배고팠는데 겨우 커피와 초콜릿만 간신히 사왔어요.”

1일 오후 9시 반경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서울 방향 내린천휴게소에 당도했던 김은정 씨(43·여)는 당시 상황을 “재난영화”에 비유했다. 그는 속초 톨게이트에서 약 58km 떨어진 휴게소까지 가는 데 무려 8시간이 걸렸다. 몇 시간씩 차에 갇혀 있던 시민들은 이미 다른 음식점 등은 문을 닫아 편의점에서 요기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좁은 곳에 너무 많이 몰려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걱정도 들었다”며 “딸아이가 너무 힘들고 배고파해서 어쩔 수 없이 인파를 비집고 들어가 먹을 걸 샀다”고 했다.

○ “4시간 동안 제설차 1대도 못 봐”
이틀에 걸쳐 폭설이 내린 2일 오후 강원 속초시 밤골 5길 인근에서 주민들이 제설 작업을 하고 있다. 속초=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강원 지역에 1일 오전부터 내리던 진눈깨비가 눈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간은 오후 1시 반경이었다. 시간당 3cm의 눈이 쏟아지며 1일 서울∼양양과 동해, 영동고속도로 등은 순식간에 마비돼 버렸다. 한국도로공사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고속도로 주요 구간에 제설제를 살포했지만, 쏟아지는 눈이 쌓이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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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들어 눈발이 거세진 것을 확인한 도로공사는 눈을 밀어낼 수 있는 제설차 166대를 본격적으로 투입했다. 하지만 이미 고속도로 위는 서울로 향하는 귀경 차량으로 가득 차버려 현장으로 이동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1월 6일 수도권에서 퇴근시간대에 폭설이 내려 제설차가 주요 도로에 투입되지 못했던 상황과 똑같았다.

실제로 동해시에서 출발해 양양 방향으로 가던 이문환 씨(33)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동해고속도로에서 제설차는 1대도 보지 못했다”며 “운전자가 눈길 위에 버리고 간 차량을 정리하는 인력도 없어 도로 위는 아수라장 상태였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이에 대해 “투입 가능한 제설차를 모두 동원해 고속도로 내 구간별로 분산시켜 운영했으나, 일부 장비가 정체 구간에 갇혀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제설 차량과 인력이 보이지 않자 일부 시민들은 직접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바퀴가 눈에 파묻혀 움직이지 못하는 차들을 주변 운전자들과 함께 밀어 이동시켰다고 한다. 몇몇 시민들은 직접 눈을 치워 이동로를 만드는 사례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양양군에서 경기 수원으로 출발했던 김승연 씨(51)는 오후 5시경 한계령 인근을 지나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들이 쓰러져 통행을 방해하는 것을 보고 직접 톱으로 잘라내기도 했다.

“마침 차량에 톱이 있어서 동행한 지인 2명과 나뭇가지를 손으로 부러뜨리고 톱질을 하면서 도로를 막은 나무 4그루를 치웠어요. 주변에 제설 인력이 보이지 않아서 직접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 “등교, 출근 늦어 망연자실”

2일 초중고교가 개학했지만 강원 지역 폭설로 도로에서 고립되며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 출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양양군에서 1일 오후 3시경 초등학생 자녀 2명과 서울로 출발한 길모 씨(41·여)는 국도를 경유해 2일 오전 9시 반경에야 집에 도착했다. 귀가하는 데 무려 18시간 30분이 걸렸다. 결국 길 씨의 아이들은 개학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계속 차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바로 보낼 수가 없었어요. 오전 11시쯤 간신히 학교에 갔습니다.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 날에 아이들이 너무 고생을 한 거죠. 저 역시 오후에 간신히 출근했어요.”

강원 지역에선 도로 제설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한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2일 강원 지역의 온라인 커뮤니티 ‘맘 카페’ 등에선 “2일 오전 9시 50분에야 ‘폭설로 등교하지 못한 학생들은 결석 처리하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이렇게 늦게 안내를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는 하소연이 올라왔다.

이윤태 oldspor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김윤이·지민구 기자
#강원#폭설대란#제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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