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비자금 매입한다”는 패밀리의 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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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2월 27일 0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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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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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른바 패밀리로, 전직 대통령들과 국가정보원 고위공직자 어른들의 비자금을 보관하는 창고를 매입하고 있다.”

2010년 4월 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술집. 김석진씨(당시 48세·이하 가명)와 이미수씨(당시 62세) 등 4명은 평소 알고 지내던 최동영씨를 꼬드겼다. 이들은 최씨의 통장에 5억원이 입금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김씨와 이씨는 자신들이 고위공직자들을 잘 안다며 최씨를 상대로 ‘밑밥’을 깔아 온 차였다. 이들은 “비자금이 금괴 형태로 보관돼 있다”며 “우리에게 돈을 투자하라”고 최씨를 유혹했다.

“우리에게 돈을 투자하면 금괴가 담긴 창고를 매입해 정부에 되팔고 원금의 두 배를 돌려주겠다”는 것이 이들의 약속이었다. 또 비자금을 되찾게 해 준 만큼 30억원의 공로금을 보장했고, 당시 유명 금융기관에서 해직된 최씨에게 “복직시켜주겠다”고도 제안했다.

이들은 “이 일은 극비리에 진행되는 것이니 함구해라”고 어르거나 “비자금 창고에 보관된 보물 사진”이라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보내주며 달래며 최씨를 현혹시켰다. 결국 최씨는 그 날 2억2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를 이들에게 건넸다.

사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유로화가 담긴 가방의 소재를 안다며 비슷한 방식으로 꼬드기거나 곧 상장될 회사라며 실제로는 상장 계획이 없는 주식을 담보로 거는 등의 방식으로 추가로 돈을 가로챘다. 최씨가 입은 피해 금액은 3억6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김씨와 이씨는 경찰·검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잠적했다. 결국 검찰은 피의자 없이 공범들과 피해자 최씨의 진술, 계좌거래내역과 지불각서, 통화내용 등의 증거들을 토대로 이들을 기소했고 사건은 발생 10년여만인 2020년 6월 법원에 접수됐다.

재판 과정에서도 김씨와 이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재판은 공시송달(당사자에게 소송에 관한 서류를 전달하기 어려울 때 법원 게시판 등에 게시함)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서부지법 박수현 판사는 지난 17일 피고인들이 없는 법정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내세워 피해자들을 기망했다.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는 규모도 크고 회복도 안 됐다”며 김씨에 징역 2년 6개월을, 이씨에 징역 2년을 각 선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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