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잇단 승소에 고교서열 해소 ‘난망’…‘고교학점제’ 시작부터 삐걱

  • 뉴스1
  • 입력 2021년 2월 21일 0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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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 세화고 교장(왼쪽)과 고진영 배재고 교장. 2021.2.18 © News1
김재윤 세화고 교장(왼쪽)과 고진영 배재고 교장. 2021.2.18 © News1
교육부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선결 과제인 고교서열 해소에 빨간불이 켜진 데다 양대 교원단체도 “졸속 추진”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계획이 시작부터 삐걱이고 있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고교학점제 추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우리 교육은 2025년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며 “고교학점제라는 제도가 전면 적용되고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돼 새 제도 속에서 운영을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마이스터고에 먼저 도입한 고교학점제를 2025년부터는 모든 고교로 확대하고 대입 제도도 연계해 개편한다는 방침이지만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뒤집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면서 고교서열 해소부터 차질을 빚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고가 지난해 12월 법원 판결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데 이어 서울 배재·세화고도 지난 18일 승소했는데 이들 소송에서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절차적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지난 5년 간의 운영 성과를 살피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지표와 기준을 중간에 바꿔 평가 시작 직전에야 학교 측에 안내해 교육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숭문·신일·중앙·경희·이대부·한대부고와 경기 안산 동산고 등 자사고의 남은 재판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부터 전국 모든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며 지난해 5월 제기된 헌법소원이 인용될 경우 고교학점제 시행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바뀐 기준과 지표를 소급 적용해서 학교를 평가하고 지정취소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남은 판결에서도 자사고들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며 “고교체계 개편도 정권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시행령에만 근거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고교학점제는 고교서열 해소를 전제로 학생들을 절대평가하고 대학은 학생들이 얼마나 고교 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했는지 살피도록 한 제도인데 특목고들이 그대로 남아있게 되면 시행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헌재 판결을 떠나 정권이 교체돼 시행령이 재개정되는 경우에도 고교학점제 시행이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이 집권할 경우 고교체계 개편과 고교학점제 도입이 현 정부 기조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교육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교원수급계획이나 대입제도 개편안,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고교학점제 시행과 관련한 계획이 전무한 상황에서 2025년으로 시기부터 못박은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도입 시기도 유관 기관·단체와 함께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도 “학교별로 교육 여건이 천차만별이고 도농 격차도 심각해서 2025년까지 준비가 될 지 의문”이라며 “고교학점제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확대할 때 적합한 제도인데 대입에서는 정시가 확대되는 추세라 엇박자를 내는 것도 문제라 고교학점제 도입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 도입은 고교체계·대입제도 개편을 아우르는 큰 변화인 만큼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부터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 교수는 “고교체계를 시행령으로 뚝딱 바꾸는 일이 반복돼서는 계속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고교학점제도 향후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대국민 토론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듣고 필요한 경우 국민 투표를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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