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숫자가 많으니 세대갈등 양상도 나타나곤 했다. 가령 참견이나 가르침을 주려 하는 기성세대에 대해 한국에서는 “꼰대”, 영미권에서는 “오케이, 부머”라고 꼬집는 젊은 세대의 조롱이 회자(膾炙)되기도 했다.

인구표를 펴놓으면 우리는 ‘정해진’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 격인 1955년생이 만 65세로 법적 ‘노인’이 됐다. 앞으로 8년간 매년 80~90여 만 명이 이 대오에 합류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가 맞물려 조만간 우리 사회가 겪어보지 못한 재앙에 빠져들 것이라는 경고가 가득하다.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몰고 온 팬데믹도 세상의 변화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은 정말 사회의 골칫거리일까.

앞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젊다. 앞서나간 나라들을 참고하기 좋은 여건이다. 그런데 이런 나라들을 살펴보면 상당한 변화가 감지된다. 가령 요즘 마케팅과 산업, 미디어 등에서는 청년 세대를 떠받들고 탐구하느라 애쓰는 분위기지만, 팬데믹 이후를 예측하는 글로벌 석학들은 이 같은 논의가 잘못된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 와튼스쿨 마우로 F. 기옌 교수는 저서 ‘2030 축의 전환: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2020)에서 세계의 부와 힘의 중심은 향후 10년 내에 △대서양에서 아시아 아프리카로 △밀레니얼 세대에서 실버 세대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요즘 기업들이 떠받드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실버 세대의 경제력이 몇 배 크고 소비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60대 이상이 전 세계 자산의 최소한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80% 이상을 가졌다는 것이다. 나아가 10년 내에 남성보다 더 부유해진 여성이 늘고 이들의 기호와 선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기업가나 정치인은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령사회를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미국 MIT 에이지랩 창립자 조지프 F 코글린도 저서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2019)’에서 “기업들이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거머쥔 노년층을 무시하고 있다”며 “그런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했다.

같은 책에 소개된 ‘라이프 시프트(100세 시대)’의 저자 린다 그래튼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100세 시대에는 60, 65세 은퇴란 있을 수 없다”며 일하는 방식의 설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나 취업 뒤에도 새로 공부할 기회가 주어져 생애를 통해 배우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는 먹었지만 건강하고, 능력 있고, 부유한 베이비부머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 사회의 틀도 이에 맞춰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로봇과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시장도 노년층이 가장 큰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들이 펼치는 인생 2막 풍경에 따라 한국 사회의 미래가 달라진다. 나이 듦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현실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때 암담한 미래가 찾아오게 된다. 가령 저출산으로 생산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이들이 가급적 오래 부양 ‘받는’ 쪽이 아니라 부양 ‘하는’ 쪽에 서야 사회 전체의 부담이 줄어든다. 풀죽고 움츠린, ‘죽지 못해’ 사는 노년이 우리 청년들의 미래일 수는 없지 않은가.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 |
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이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한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필자가 일본에서 취재한 세월이 긴 탓에 일본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할 수 있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를 겪어내고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가급적 많은 참고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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